“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지난 4일 오전 안산단원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서 80대 할머니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할머니의 곱은 손에는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 지폐 몇장이 쥐어져 있었다.
다가구 주택에서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오모 할머니(81·안산시 단원구)가 경찰서를 찾은 배경은 이렇다. 지난달 28일 오후 8시30분께 폐품 등을 모아 하루하루 어렵게 생활하는 할머니 집에 왕모씨(20) 등 중국인 빈집털이범 3명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와 그동안 할머니가 먹지 않고 입지 않고 모아둔 1천원권 지폐 100여장과 1만원권 지폐 100여장 등 모두 11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할머니는 망연자실한 채 이웃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집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을 보냈다.
왕씨 등의 범죄행각은 계속됐고 결국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 이모씨(45) 빈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려다 이씨 부자(父子)에게 적발돼 1명은 경찰에 넘겨졌고 도주한 나머지 2명은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했다.
외국으로 달아나려던 이들의 여행용 가방에 노트북 컴퓨터 5대, 귀금속 120점, 현금 260만원 등이 가득 차있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오 할머니의 현금 110만원을 되돌려 줬다.
할머니는 평소 장롱 속 깊은 곳에 간직해 온 현금을 받는 순간 세상을 다시 얻은 듯 기뻐하며 형사들에게 인사하려 했다.
형사들은 “우리가 범인들을 잡지 못했다면 할머니가 얼마나 안타까워 했을까 생각하면 어떤 범인을 검거한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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