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연말 가요시상식을 잇따라 폐지하고 나섰다. 음반산업 불황에 따른 위상축소,연예기획사와 가수들의 잇단 불참선언,자의적 순위 결정에 따른 잡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MBC는 지난달 중순 가요대상 폐지를 결정했다. 최영근 예능국장은 “가수 순위를 매겨 시상하는 연말 가요시상식 프로그램은 더 이상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라이브 무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도 지난 1일 연말 가요대상을 폐지키로 했다. KBS는 “1984년 출발해 23년 전통을 이어온 ‘가요대상’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가요대축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SBS의 경우 4일 예능국장과 CP들이 모여 ‘가요대전’의 폐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타방송사의 결정을 참고하겠지만 무작정 폐지하는 것도 이를 기다려온 시청자나 가수들에게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SBS는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 폐지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사들의 가요시상식 폐지 배경에는 음반산업 불황이 자리잡고 있다. 한해 수백만장의 음반을 팔았던 시절의 가수와 판매고가 10만장에도 못미치는 지금의 가수를 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 한국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반시장의 규모는 1997년 4104억원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1087억원을 기록했다.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대중이 원하는 음악이 다양해진 것도 폐지에 힘을 실어줬다. 10대 위주의 엔터테이너가 장악한 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양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권진원 노영심 등이 소속된 루바토의 강명수 이사는 “천편일률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대중들은 식상했다”며 “가수들이나 기획사 역시 잘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말 가요시상식에 불참을 선언하는 가수도 늘고 있다. 조용필은 1980년대 중반부터 연말 가요상에 참가하지 않았고,올해에는 이승철과 싸이를 비롯해 세븐 빅마마 빅뱅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불참을 선언했다. 비와 이효리 역시 투어 일정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순위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 또한 시상식의 권위를 축소시킨 원인이다. 300여개 연예기획사로 구성된 연예제작자협회 관계자는 “음악성이나 가창력보다는 방송사 출연횟수나 기여도,팬들의 인기 투표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스템에서 수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가요 시상식 폐지를 주장해온 문화연대 김형진 팀장은 “공정성 실추,나눠먹기 수상 등 숱한 문제점을 드러낸 행사를 중단키로 한 것은 다행스런 결정”이라며 “연예인들에 대한 방송사의 충성심을 강요해온 방송연예 대상,코미디 대상,드라마 대상 등도 통합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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