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비평/‘동화와 가곡이 흐르는 음악회’

시각매체 활용 없어 ‘아쉬움’

아이들은 어른만큼 축적된 정보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만큼 매 순간마다 더 많이 알려고 하고 더 민감하게 느낀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고 보다 성의있고 신중하게 임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달 10일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원미아트오케스트라 주최로 열린 ‘동화와 가곡이 흐르는 음악회’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을 남겼다. 어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흥미있고 유익한 음악회를 펼쳐내려는 의도는 명백했지만 어린이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데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린이 청중을 대상으로 안이한 마음을 가진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날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으로 우선 시각매체 활용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물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라고 시각매체를 반드시 활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 음악회에서 2차례 등장한 동화 나레이션은 시각적 장치 없이 효과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음악회 시작은 ‘달님 이야기’란 짧은 동화로 시작됐다. 그러나 사회자가 무대 한 귀퉁이에서 낭독하는 것만으로는 연주회 시작 전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리긴 어려웠다. 이어지는 음악 ‘Moon River’와 잘 어울어지는 내용의 이야기였는데 객석 소음에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연주회 중반에 진행된 ‘음악을 사랑한 늑대’ 순서는 크리스토프 갈라즈의 동화와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등에서 발췌한 음악을 사용, ‘피터와 늑대’처럼 음악과 동화나레이션의 교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순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채택한 텍스트이다. 갈라즈의 동화는 참신한 구성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이지만 의미를 독해하기에는 일정 이상의 집중력이 요구되고 장면 묘사나 삽화를 전제한 문장이 많아 나레이션만으로는 내용 전달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두번째로 지적될만한 부분은 공연의 전반적인 구성이다. 공연은 합창, 동화 낭송, 율동, 오케스트라 합주, 국악연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진행돼 어린이 청중들이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됐다. 하지만 다양한 부분들 사이에 유기성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각 순서들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 이상이 되지 못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가지 악기라도 더 보여주고 여러 장르 음악들을 들려주는 게 더 교육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은 ‘전시’가 아니다. 이날의 공연 제목처럼 음악은 ‘흐르는’ 게 돼야 하고 감각이 그 흐름 속을 유영할 때 비로소 음악이 체험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어른보다 더 ‘민감한’ 어린이들의 감성은 그 체험을 오래도록 각인하고 기억한다.

오케스트라 연주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좀 더 명료하면서도 표정있는 연주가 필요했는데, 매번 오케스트라는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개별 악기 간에 인력(引力)보다는 척력(斥力)이 드러나는 연주로 일관됐다. 이날 공연 주체인 원미아트오케스트라는 실내악단과 챔버오케스트라 사이의 애매한 규모와 편성인데 이같은 조건에서 효과적인 준비과정과 연주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이 공연에 풍요로움을 가져 온 건 추응운 지휘자가 이끄는 한국아카데미소년소녀 합창단이었다. 많은 공연 경험을 갖고 있는 이 합창단은 공연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모두 노래 7곡을 선사했는데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정확하고 자신감 있는 표현으로 어린이 합창단 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도 보여줬다.

늘 이웃들과 음악을 함께 해온 원미아트오케스트라이기에 공연을 거듭할 수록 더욱 진전된 고민의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장인종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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