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나의 힘… ‘힙합 지존’
최근 모 CF를 통해 한 총각이 거꾸로 점프스핀을 하는 동작이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됐다.
땀방울이 튀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몸이 돌아가는 사이, 동작도 멋지지만 총각이 내뱉는 멘트 또한 일품이다.
몸을 훌렁훌렁 뒤집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춤 동작들을 보면 저건 예술이지 싶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중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종족, B-boy족들이 최근 CF면 CF, 공연이면 공연 다방면에서 눈에 띄게 떠오르고 있다.
가수, 탤런트, 개그맨들 인터뷰는 해봤지만, 멋진 총각 B-boy와의 만남이 이제야 이뤄지다니.
국내 활동하는 수많은 B-boy 중 떠오르는 팀 라스트포원(Last For One)의 리더 조성국(25)을 만났다.
하나같이 포스가 느껴지는 라포(라스트포원) 10여명의 멤버들. 리더 조성국(닉네임 조이)은 한 명 한 명 애정을 갖고 설명해준다. 그 중 팀에서 악동 멤버는 박경훈(25), 창단멤버였다가 막 제대한 최동렬(24), 서주현(25)이라고 꼽는다. 장난끼 가득한 이들 덕분에 고향을 떠난 서울생활이지만 매일매일이 시트콤 같단다. 그때그때 날려주는 개그멘트에 항상 멤버들의 숙소는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14일 젊은(?) 총각들만의 하루는 어땠는지 들어봤다.
밤 공연이 많아 야행성이 됐다는 비보이팀들은 오전에 일어나기가 힘들단다. 서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10명의 총각들. 그래도 공연때만큼은 다시 원기충천이다. 서울 양재동 행사장 오후 1시 공연을 위해 멤버들이 12시부터 양재동 공연장에 몰려들었다. 피곤한 기색들이 완연하지만, 주섬주섬 공연 준비가 시작됐다.
신나던 공연이 훌쩍 지나가고 열띤 관객들을 뒤로 하고 서울 역삼동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 한식집에 들어가 여느때처럼 일상적인 메뉴를 주문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그들이지만, 계란탕, 낙지볶음, 제육볶음, 김치찌개… 점식식사 후 3시부터 5시까지 연습에 들어갔다.
일본의 한 잡지사 인터뷰가 들어왔다. 자세잡고 포스넘치는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멤버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머니나 아버지 한 분만 계신 가정도 많고요. 다들 집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좋아하는 춤도 열심히 추고 돈도 많이 벌어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이예요.”
솔직담백한 리더의 대답에는 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을 뜻하는 비보이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힙합 문화. 세계 18개국이 출전하는 힙합 월드컵 독일 세계대회 ‘Battle of the Year’에서 힙합 종주국 미국과 유럽팀을 꺾고 우리나라 팀들이 지난 2002년과 2004, 지난해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라포는 그 중 지난해 우승자. 특유의 신명과 기량으로 독일의 한 일간지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비보이의 춤은 똑같은 기술은 다 할 줄 알아요. 각자 개성에 맞게 동작들을 변형하고 만들어낸 동작으로 겨루는 것이죠. 국내에서는 잘 하지 않지만, 해외에 나가면 마음 편하게 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사진도 찍죠. 국내는 거리에서 춤을 즐길만한 공간이 부족하거든요.”
언제쯤 CF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던 이들의 춤을 거리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오전보다는 오후 공연에서 날아다닌다는 이들의 공연을 찾아가봐야겠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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