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을 뻔 했다.
신인 배우 윤승아(23)와 마주 앉아 인터뷰 첫 질문을 던지려는데 입에서 맴돈 말은 그랬다. ‘예쁘다’는 느낌보다 ‘묘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약간 어색한 자세로 앉아 입으로 가져간 찻잔에 동그란 두 눈만 빼고 얼굴이 온통 가려졌다. 하얀 얼굴이 햇빛을 받자 커다란 눈이 더 커보이며 딴 세계에서 온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 사람의 첫인상이 실체를 가리는 함정이라면 윤승아의 함정은 미로에 가깝다.
'달팽이녀'. 네티즌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9월 알렉스&지선의 뮤직비디오 '너무 아픈 이 말'에 출연하고부터다. 거대한 달팽이 껍질 속에 사는 신비로운 소녀를 연기했다. 몽환적 이미지를 뿜어내야 하는 배역을 별 것 아니라는 듯 소화했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와 신비로운 분위기는 까탈스런 네티즌의 시선을 끌었다. 직접 마주 앉아 보니 연기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자신의 첫인상을 좀 길게 보여준 것 아니었을까?
◇길거리 캐스팅 당해보니…“무서워 전화도 안받았죠”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단다. 지난해 12월이었다. 광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서울로 놀러 왔다.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물 만난 고기 마냥 윈도 쇼핑에 열중해 있는 '시골 처녀'에게 누군가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명함엔 'W팀컴퍼니'이란 매니지먼트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구냐,넌!'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윤승아에게 그 낯선 이는 배우가 돼 보지 않겠냐고 했다. 당연히 가타부타 대답 없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는 알려줬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이라 신기해서…)
"중·고생 시절엔 진짜 평범한 아이였어요. 얼짱 같은 소리는 정말 들어본 적도 없어요. 말 없이 늘 조용히 지냈죠. 신경 써 관찰하지 않으면 있는 지 없는 지 잘 모르는,교실의 한 배경 같은 아이였죠."
"대학생 때는 좀 달라졌어요. 외모는 그저 털털해서 미소년 같단 말도 들었어요. 남자들이 다가와 여자냐,남자냐 물어보고 가곤 할 정도였죠."
이랬던 그가 조선대 미술섬유과 3학년이던 22살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으니 황당했을만도 하다. 곧 잊어버렸다고 한다. 캐스팅이랍시고 사기치는 사람도 많다는데 그냥 장난삼아 해본 것이겠지 했다. 졸업 후엔 미술 유학을 떠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그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윤승아는 "회사에서 자꾸 전화가 오는데 처음엔 받지 않았어요. 무섭잖아요. 그래도 전화가 오기에 통화는 하지 않고 문자메시지로 짤막한 답변만 했어요. 그러다 호기심이 생겨서 그 회사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고,믿을만하단 생각이 들어 올 4월 배우 일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윤승아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잡지 모델,뮤직비디오,방송 오락프로그램 등을 거쳐 불과 8개월만에 영화 '샴'의 1인2역 주인공을 맡았다. 이달 말 크랭크인 하는 '샴'은 한·일 공동제작 영화로 쌍둥이 딸과 그 엄마에 관한 '슬픈 공포영화'다. 달팽이녀란 닉네임도 생겼다. (달팽이녀는 '개똥녀' '된장녀' '개풍녀' 등 숱한 '∼녀' 시리즈 중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 의미로 붙여진 별명 아닐까)
하지만 길거리 캐스팅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길거리 캐스팅을 굉장한 행운처럼 생각해 내심 기다리는 연예인 지망생도 많은데 무엇보다 조심해야 해요. 정말 사기성 캐스팅도 많대요. 항상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꼼꼼히 알아봐야 해요.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환상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힘들 거든요"라고 했다.
◇영화‘샴’ 1인 2역 주인공 “두려움이 앞서요”
샴은 신체 일부가 서로 붙어있는 쌍둥이를 말한다. 윤승아가 출연할 영화 ‘샴’에도 이런 쌍둥이가 등장한다. 쌍둥이 자매 수연과 지연을 모두 윤승아가 1인 2역으로 소화해야 한다. 수연이 죽자 그 영혼이 지연의 몸 속에 빙의되면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공포영화의 틀 안에서 가족이 겪는 슬픔도 함께 그려진다.
촬영은 이달 말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과 일본 영화사가 공동기획한 고화질(HD) 영화다. 내년 상반기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개봉된다.
윤승아는 이 영화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연기는 항상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며 “‘너무 아픈 이 말’ 뮤직비디오를 찍고도 집에 돌아와 감정이 잘 전달됐는지, 실수하진 않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 ‘달팽이녀’, 흰 도화지를 꿈꾸다
윤승아는 여전히 미술을 좋아한다. 연예인이 되면서 미술 공부는 포기했지만 지금도 자신의 색을 찾고 있다. 자신의 삶에 새로운 색을 칠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색깔에 빗대 표현했다. 학창시절은 베이지색이란다. 어디에 둬도 튀지 않는 베이지색처럼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생 때는 빨강, 파랑, 녹색의 세가지 이미지를 갖고 싶었다. 파란색을 가장 좋아한다. 자기 인생이 스케치북이라면 파랑은 그 바탕색이라고도 했다. 신비하고 맑고 깊은 파란색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다. 빨강으로는 인생에 포인트가 되는, 녹색은 그냥 마음이 가는 색이다. 현실이 아닌 이상과 같은 색이라고 했다.
윤승아는 올해 분홍색처럼 마냥 들뜨고 설??다. 연기자가 됐고, 달팽이녀라는 별명도 얻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흰 도화지’가 되는 게 목표다. 모든 색이 선명히 드러나게 해주는 흰색처럼 다양한 인생을 도화지에 그리고 싶다고 했다. 윤승아는 “달팽이녀라는 이름에 감사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연기하며 변신하고 싶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바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흰색의 연기자는 문소리라고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프로필> 프로필>
- 1983년 9월 29일 출생
- 키 165cm, 체중 44kg
- 조선대학교 미술섬유과 4학년
- 잡지 쎄씨, 엘르걸, 보그걸, 코스모폴리탄 모델
- 뮤직비디오 ‘알렉스&지선 - 너무 아픈 이말’ 출연
- MBC TV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 출연
- SBS 짝짓기 프로그램 ‘선택남녀’ 출연
- 영화 ‘샴’ 주인공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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