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의 러시아어 라디오 방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완화하라는 압력에 굴복, 편견에 사로잡힌 방송을 하고 있다고 옛 소련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들이 비난하며 BBC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이들 반체제 인사는 영국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BBC가 푸틴 대통령에 우호적인 방송을 내보낸 사례들을 모아 마크 톰슨 BBC 사장에게 전달했다. BBC 러시아어 방송은 매주 200만명 가량이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BBC 러시아어 라디오 방송은 지난달 러시아의 전 비밀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피살 사건에 즈음해 중단됐다. 당시 지역 방송 협력사들의 "설명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들 때문에 방송이 중단됐다고 발표됐으나 모스크바 지역 라디오 서비스는 아직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반체제 인사들은 특히 지난 19년 동안 운영돼 온 세바 노브고로드세프의 프로그램이 돌연 폐지된 것에 분노하고 있다.
BBC 러시아어 라디오에 아직 몸담고 있는 노보고르드세프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MBE)을 수여받은 노련한 언론인이다. 노보고르드세프는 리트비넨코는 물론 체첸 문제를 집중 취재하다 역시 암살당한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등 반체제 인사들을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초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BBC에는 또 전 세계 청취자 1천명의 서명이 든 항의 서한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번 편파방송 진상조사 요구는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에서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으로 변신한 올레그 고르디예프스키와 소련 강제수용소에서 12년 동안 복역한 작가 블라디미르 부코프스키 등이 주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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