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주말드라마 '하얀 거탑'(극본 이기원, 연출 안판석)이 특별한 멜로 없이 병원 내 암투라는 소재에 집중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6일 오후 9시40분 첫선을 보인 '하얀 거탑'은 유능한 외과의 장준혁(김명민 분)과 외과과장 이주완 교수(이정길), 병원 부원장 우용길 교수(김창완)의 밀고 밀리는 권력 싸움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면서 멜로를 중심으로 극을 풀어가던 기존 의학 드라마의 틀을 벗어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1~2회에서는 후배의 출중함과 자신만만함이 못마땅한 이주완 교수와 우용길 교수 사이에서 장준혁이 뇌물을 건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 코너에 몰리는 내용이 방송됐다.
드라마에 전문직이 등장할 때 무대만 옮겨 '속빈 강정' 식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하얀 거탑'은 병원이라는 배경과 의사라는 직업 세계를 극의 전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개연성과 현실감을 높였다.
안판석 PD도 최근 방송에 앞서 병원 세트를 공개한 자리에서 "병원에서 진료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병원에서 정치하는 드라마"라며 "인간관계와 서열, 헤게모니 싸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드라마를 소개했다.
'의학 드라마=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그간의 전문 드라마가 무대만 옮긴 멜로 드라마에 머무르기 일쑤였지만 '하얀 거탑'은 원작인 일본 소설과 같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치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의 주축을 이루는 등장인물 가운데 여의사가 없을 뿐더러 장준혁의 아내와 애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들도 장준혁의 출세욕을 부각시키는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어 멜로를 아예 걷어낸 셈이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는 "현실감 있는 의학 드라마 같다", "요즘 드라마가 너무 사랑과 가족 문제 등만 다뤄 식상했는데 오랜만에 색다른 드라마를 본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현실감을 위해 대사 중 일부를 전문용어로 채워야 하는 의학 드라마의 특성상 자막 사용 여부가 고민거리다.
'하얀 거탑'은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자막 처리를 따로 하지 않고 있고, 시청자들은 '전문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극의 흐름이 끊긴다'는 의견과 '자막을 따라가느라 장면을 놓치기 쉽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의 배익현 프로듀서는 "자막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사가 빨리 넘어가면서 자막이 떴다가 사라지는 느낌이라 효과가 있을까, 화면만 지저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직은 자막을 넣지 않고 있다"며 "상황을 봐서 자막이 필요하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얀 거탑'은 1회와 2회의 시청률이 각각 12.2%와 10.4%(이상 TNS미디어리서치 집계)로 나타나 비교적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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