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스타 PD 유출은 계속되는가

KBS PD들이 연쇄적으로 방송사를 떠나 외주제작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의 인력 유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KBS는 SBS,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PD들의 이탈이 적었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PD 퇴사 행렬의 파장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에 남은 PD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사 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의식은 최근 외주제작사로 드라마 제작의 중심이 넘어가고 방송사의 자체 제작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최근 KBS 드라마 PD들은 '평PD협의회'란 모임을 만들고 PD들의 잇단 퇴직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담아 만든 보고서는 최근 정연주 사장에게까지 보고됐으며, 정 사장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PD들을 중심으로 기획팀과 법무팀 직원 등을 포함한 태스크포스도 구성돼 17일부터 가동된다.

이러한 시도들은 PD들의 유출 등 드라마의 위기를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내부에서 위기 극복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BS PD들은 1차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제작 시스템 마련 ▲자체 제작 드라마에 대한 역차별 개선 ▲드라마의 기획 기능 강화 등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핵심의 해결책은 제작비와 기획비 등의 현실화이다. 현재 KBS가 자체 제작 드라마에 투입하는 회당 제작비는 7천만~8천만 원 선이며, 외주 제작 드라마에 지급하는 회당 제작비는 이보다 다소 높은 9천만~1억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외주 제작 드라마는 협찬과 간접광고(PPL) 등으로 제작비용을 더 얻을 수 있다.

KBS의 한 PD는 "이러한 상황에서 외주 제작사는 고액을 지급해 스타 연기자와 작가, 연출자를 영입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작비의 한계로 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방송사의 자체 제작 드라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드라마 관련 예산도 확충돼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왜곡된 시장구조가 바로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지난해부터 김종식 드라마2팀장이 팬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이직한 것을 비롯해 김규태('이 죽일 놈의 사랑'), 김평중('위대한 유산'), 김철규('꽃보다 아름다워'), 지영수('오 필승 봉순영'), 강일수('해신'), 이형민('미안하다 사랑한다'), 전기상('쾌걸 춘향'), 이교욱('북경 내사랑') PD 등이 이탈했다.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예능팀에서도 '해피투게더' '해피선데이' 등을 만든 이훈희 PD가 퇴사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PD들의 이탈 행진도 이미 본격화된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에 앞서 MBC나 SBS는 이미 몇 년 전부터 PD들의 유출로 가슴앓이를 해왔다. 상대적으로 KBS의 인력 유출은 늦게 시작된 편이다. 이는 지난해 KBS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며 스타 PD들이 대거 탄생했고, 최근 외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이 풍부한 KBS의 인력 유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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