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해 철 ‘더 송스 포 더 원’

8년만에 솔로앨범… 이번엔 재즈에 버무려

이 남자, 잡식성(雜食性)이다. 대형 지구본, 와인잔, 중국술, 찻잔세트, 가면, 인형…. 10여 평 남짓되는 가수 신해철(39)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보금자리는 생뚱맞은 물건의 조화로운 세상이다. 벽의 두 면을 꽉 채운 책꽂이도 비틀스부터 금융·여행 서적까지 종잡을 수 없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죠. 지구본만 20개나 있으니….” 신해철의 음악 식성도 참, 왕성하다.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록, 일렉트로니카등 편식하지 않는 편. 때론 감미로운 저음으로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 발라드를 부르며 여심(女心)도 흔들었다.

그가 25번째 앨범이자 8년 만의 솔로 앨범인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the one)을 29일 발표한다.

이번엔 재즈에 버무렸다. ‘문 리버’(Moon River) ‘마이웨이’(My Way) 등 스탠더드팝과 ‘하숙생’ ‘장미’, 자신의 히트곡인 ‘재즈 카페’ 등 대중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수록했다.

지난해 예쁜 딸을 낳아준 아내를 위해 만든 곡 ‘생큐 앤드 아이 러브 유’(Thank You and I Love You)가 유일한 신곡. 호주 시드니에서 28인조 빅밴드와 녹음, 브라스(금관악기)와 스트링(현악기) 세션 사운드가 고급스럽다.

“음, 왜 재즈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원체 잡식성이라. 어렸을 때 과학자, 의사, 야구선수가 되고 싶듯이 하드록, 헤비메탈을 들으면서도 프랭크 시내트라를 보면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하고 싶었죠. 장르 변절하고 돌아다녀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어 고마울 따름이에요”

25번째 앨범 만에 처음 스스로를 가수라고 생각하며 녹음했다. 늘 녹음 현장에서 가사를 쓰니 보컬 연습도 안했고, 보컬에 포커스를 맞춰 앨범을 만든 적도 없다. 이번엔 프로듀서, 편곡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도 보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짜깁기 녹음엔 결벽증이 있어 전곡을 한번에 녹음했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그지만 현 정부의 음악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무현 정권이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사이에서 정통부의 손을 들어줬어요.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악의 선택을 막기 위한 방지책으로 차악을 택했던 것뿐입니다”

이처럼 직설적인 언변, 비판적인 시각의 소리를 내자 ‘정계에 입문할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실제 그런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저아침에 못 일어나요”란 말로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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