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일본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한국인과의 정서적 교감이 쉽지 않을 듯 보이나 바른 정신을 정립하려는 인간을 담은 만큼 공감대 차이는 큰 문제는 아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2003년 일본 영화계를 뒤흔든 작품이다. 그해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총 13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제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는가 하면, 2004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혼돈의 막부(幕府) 말기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 민초와 사무라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 한 점이 눈에 띈다. 과장도, 화려한 수사어구도 없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느낌.
이는 노감독의 인생관이 드러났기 때문인 듯하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1969년부터 1995년까지 총 48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져 일본의 대표적 홈코미디 영화로 큰 인기를 모았던 '남자는 괴로워'를 만들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그의 77번째 작품으로 처음 도전한 시대극. 19세기 중ㆍ후반을 배경으로 해 구상에만 10년, 시대고증에 1년을 할애한 그의 역작이다. 일본 시대소설의 1인자로 평가받는 후지사와 슈헤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누드집을 발간하며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미야자와 리에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구치 세이베(사나다 히로유키 분)는 아내를 폐병으로 잃고 두 딸과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하위 무사. 생활고로 인해 동료들과 술 한잔 못하고 곧장 집으로 향해 부업까지 하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뛰어난 스승을 사사해 칼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살생을 하지 않으려는 그는 혼돈의 시대에도 묵묵히 청빈한 삶을 이어간다. 집안 어른은 집에서 일하는 여자가 필요하다며 재혼을 권유하지만 여자에게 사랑도 없는 결혼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거절한다.
친구 이누마의 여동생 도모에(미야자와 리에)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 후 친정으로 오고,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세이베의 집에 종종 찾아온다. 도모에는 두 딸을 살갑게 보살피는 한편 가사를 도와주며 연정을 키운다.
이누마는 세이베에게 도모에와의 결혼 의사를 묻지만 세이베는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오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며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역시 조심스레 거절한다.
한편 세이베는 마을 지주로부터 후계자 반대파의 칼잡이 요고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살생을 하지 않으려는 세이베는 이를 거부하지만 가족을 위해 할 수 없이 길을 떠난다.
씨네큐브, CQN, CGV상암 등 3개관에서만 만날 수 있다.
2월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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