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신인 장정훈 "마냥 즐겁습니다"

오래 기다렸다. 스무 살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는데 스물일곱이 돼서야 드디어 기회를 잡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기다린 만큼, 그 시간만큼 몇 배로 노력해 늦은 출발을 만회할 생각이다.

"촬영을 하고 있는 지금 한없이 행복하고 마냥 즐겁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수줍게 미소짓는 신인 연기자 장정훈의 얼굴에서는 군대 신병에게서 느낄 수 있는 빳빳하면서도 풋풋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는 15일 첫 방송한 SBS TV 월화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주인공 형제의 넷째 찬주 역을 맡아 오매불망 그리던 '데뷔'라는 것을 했다.

찬주는 눈치가 빨라 '줄서기'를 잘하는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구질구질한 삶을 싫어하고 한탕주의를 노리는 캐릭터. 맏형 태주(홍경민 분)가 어렵게 모은 돈을 훔쳐 도박판에 뛰어드는 집안의 사고뭉치 문제아다. 눈에 띄는 캐릭터.

"오디션을 봤지만 합격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었어요. 캐스팅됐다가 작품이 엎어진 경우가 있었거든요. 첫 촬영에 나가서야 '이제 정말 내가 데뷔를 하는구나' 실감했죠. 촬영장에서 감독님께 혼나고 진땀 빼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기회가 쉽게 오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데뷔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84㎝의 다부진 체격, 맑은 눈망울에서 신뢰가 느껴지는 마스크를 자랑한다.

"사실 대학교(세종대 연극과) 1~2학년 때 모델 활동을 잠깐 했었어요. 그런데 연기의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교수님이 부르시더군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할 게 아니면 학교 생활을 착실히 하며 연기의 기본을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제가 생각해도 당시의 저는 이도저도 제대로 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외부활동을 딱 접었죠. 졸업할 때까지 학교 생활에 충실했습니다."

그가 현재의 소속사(올로마인앤컴퍼니)를 만난 것은 대학 졸업 즈음. 그때부터 2년여 데뷔를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1년간 몸을 만들었고 그 다음에는 일본어를 공부했다. '준비된 연기자'이고 싶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평소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많아요. 그런데 연기를 통해서 그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가 좋습니다.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며 '어쩜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잘할까' 감탄하는 때가 많은데 저 역시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의 정세호 PD가 "근성이 있어 마음에 든다"며 캐스팅했다는 장정훈. 그 근성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기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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