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합시다.” 과거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하던중 이처럼 불쑥 던진 발언이 세간에 유행어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광주시청에서 이보다 한층 진보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낮 12시께 광주시청 사회환경과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비운 사이, 도둑이 침입, 공무원의 현금을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썰물처럼 사무실을 빠져 나갔고 이 틈을 이용해 도둑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위에 있던 공무원의 가방에서 현금 7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관공서가 대낮에 털린 것도 문제지만, 이들 공무원들의 작태가 한심할 따름이다. 식사 후 들어온 공무원들은 문이 열려 있는 것을 알았으면서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름 없이 일과를 보내다 다음날 아침에서야 현금을 잃어버린 공무원의 말에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아마도 개인 물품이 아닌 중요 서류가 없어졌어도 지금껏 모르고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공무원들의 대답은 어떨지 궁금하다. 더구나 민원인들을 상대할 최소한의 인원도 남기지 않은 채 먹을거리를 찾아 모두가 자리를 비운 점으로 미뤄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정’이라고 외치는 이들의 구호는 허공을 가르는 메아리와 어찌 다르겠는가.
공무원들이 식사하는 동안 도둑이 훑고 지나간 텅빈 사무실을 찾아온 민원인들은 되돌아 가거나 추위에 떨며 기다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원인들을 홀대해 화를 당한 광주시청 사회위생과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충실한 공복으로 거듭 나길 기대해 본다.
/문민석 sugm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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