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ㆍ김형중, 같은 곡 리메이크해 신경전

국내 가수 두 팀이 비슷한 시기, 외국 가수의 같은 노래를 리메이크해 신경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가수 풍경과 김형중은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으로 중화권에서 활동중인 가수 광량(光良)의 히트곡 '동화(童話)'를 둘다 리메이크해 같은 멜로디, 다른 가사와 편곡으로 발표했다. 풍경과 김형중은 각각 한국어 가사를 직접 붙였다.

먼저 '동화'를 리메이크한 가수는 지난해 11월 3집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풍경. 두 달 반이 지나 김형중이 이달 초 싱글 음반 타이틀곡으로 잇따라 선보였다. 현재 풍경이 이 노래로 활동 중이어서 두 사람은 같은 곡으로 경쟁할 상황에 처했다.

광량은 2005년 1월 발표한 3집 타이틀곡인 자작곡 '동화'가 성공하면서 중국ㆍ대만ㆍ홍콩 등 중화권 전역에서 가요차트 1위를 석권했다. 중국에서만 휴대전화 컬러링(통화연결음) 다운로드 횟수 300만 건을 기록했다.

연합뉴스와 e-메일 인터뷰로 만난 광량은 "풍경과 김형중, 두 팀의 한국어 버전을 모두 들어봤다"며 느낌을 털어놓았다.

"제 작품을 다른 분들이 해석해 다른 옷을 입혀주셔서 처음 들었을 때 무척 흥분됐습니다. 풍경의 버전은 기타를 위주로 따스한 목소리가 더해져 아름다웠고, 김형중 버전은 노랫 뒷부분에 꼬마들의 소리를 넣어 색달랐습니다."

풍경의 소속사인 런투아시아 측은 현재 무척 예민해진 상태다. 소속사는 "두 가수가 같은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며 또 함께 노래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협소한 국내 가요시장을 고려할 때 상도덕적으로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노래가 같다보니 TV, 라디오 방송 출연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형중의 소속사인 비타민은 "지난해 6월 김형중 씨가 '동화'를 들은 후 무척 좋다며 타이틀곡으로 '찜해' 놓았다"며 "소속사 사정으로 음반 발매 일정이 늦춰져 이달 초까지 왔다. 풍경이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은 1월에서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또 "형중 씨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 곡을 발표하기로 결정한 건 풍경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함께 바람을 타면 '윈윈'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형중 씨는 싱글 음반을 내 한 달간만 활동할 예정이어서 서로 피해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무척 이례적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음반제작자는 "곡 사용 허가를 어느 쪽이 먼저 받았든, 풍경이 앞서 활동 중인 상황에서 김형중이 같은 곡을 노래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방송사에서도 한 가수에게만 출연 섭외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쪽이든 크고 작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반대로 또 다른 음반 관계자는 "예를 들어 김형중의 노래가 뜰 경우 풍경도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 '동화' 붐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말레이시아 광명일보 7일자는 "광량의 작품 '동화'가 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중국ㆍ대만 등지에서 환영받은 것 외에도 현재 한국 뮤지션들이 선호하는 곡이어서 두 번이나 리메이크됐다"고 보도했다.

또 "김형중이 리메이크한 '동화' 한국어 버전은 뮤직비디오까지 같아서 팬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며 "'광량 인터내셔널 후원회' 사이트에서 뮤직비디오가 동일한 데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고 그 과정을 궁금해 했다.

김형중 측은 "원곡 뮤직비디오를 본 후 곡의 느낌이 잘 묻어나 논의 끝에 뮤직비디오 리메이크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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