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흑인 왕국이다. 거의 전 종목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흑인이다. 뭣보다 순발력이 강점이다. 그러나 다만 한 종목에서만 유별나게 흑인 스타가 없다.
수영 종목이다. 수중 경기에서는 흑인이 맥을 추지 못한다. 백인보다 피로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스포츠 생리학의 설명에 의하면 물속에서는 흑인의 염색체가 쉽게 이완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영 종목에서는 백인이 가장 유리하다. 아닌게 아니라 수영 스타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다 백인들이다.
황인종은 백인과 흑인의 중간쯤 되겠지만 세계적인 황인종 수영 스타는 없다. 백인보다 불리한 수중 염색체의 피로도 있지만 우선 체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올림픽 같은 세계 규모 대회의 수영은 이래서 동양인은 육상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취약종목을 면치 못해 왔다. 중국이 수영에서 다이빙을 집중으로 육성한 것은 경영의 핸디캡을 만회키 위한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 수영의 기린아 박태환 선수(18·경기고)가 기적같은 이변을 낳았다. 지난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서 금메달을 거머쥔 그의 우승은 단연 외신들을 흥분시켰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이를테면 단일 종목의 올림픽이다. 어느 종목이든 당해 종목의 세계연맹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다음 가는 권위를 지닌다. 이러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일찍이 동양인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역사가 없었다. 한국 수영사에 영원히 기록될 장거인 것이다. 동양인에게 수영의 가능성을 제시한 아시아의 호프이기도 하다.
박태환 선수는 양손의 손바닥이 유별나게 크다. 물갈퀴가 크기도 하지만 피로도를 줄이는 경제적 팔 스윙의 영법을 익혔다. 결승점 50m를 남기고 3위에서 두 명을 제친 대역전의 무서운 막판 스퍼트는 뛰어난 체력의 소산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경기 자세가 무척 돋보인다. 3분44초30으로 결승점을 골인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 종전 기록을 단축하려고 했는데 우승을 하고 보니 나도 놀라워요…”라고 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자세가 우승의 영광을 안게된 것이다. 스포츠에선 우연이 없다. 기적같은 이변도 알고 보면 필연적 결과다. 그만한 대가를 치른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박태환 선수! 정말 장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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