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신현옥씨 수원구치소서 ‘특별한 전시회’

수용자들 아픔 보듬는…‘희망의 빛줄기’

구치소.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미결 수용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재판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공간으로 길게는 6~8개월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

수원 시내에 위치한 수원구치소(소장 송영삼) 또한 형의 판결을 받기 위한 자들이 잠시 거처하는 곳. 기자가 구치소에서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 찾은 곳은 밝은 조명이 비치고 있는 갤러리. 이 공간은 지난 2005년 9월 첫 전시를 연 이후 10차례 미술작품과 사진작품 등을 선보였다.

길이 20여m 통로 양측에 마련된 소원갤러리는 수용자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구치소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이동하는 통로다. 담 하나를 사이로 사회와 격리된 이들이 좁은 공간을 이동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경우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용시설은 필요하다. 그러나 온갖 말 못할 사연과 한때 잘못된 생각 때문에 평생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수용자들 또한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대상이다.

구치소가 민간인들의 발길이 쉽게 오갈 수 없는 공간에 갤러리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스치듯 지나는 통로는 짧은 시간 동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말 없이 수용자들과 조우하는 작품들은 그 누구보다 편안한 쉼을 선사하지 않을까.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서양화가 신현옥씨(59·여·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의 개인전 ‘벽과 사다리’는 대형 작품들 위주로 전시공간을 채웠다. 수용자들을 위해 50호 이상의 큰 작품들도 전시됐다.

대부분 신작들로 밝은 빛깔로 화사함을 더 했다. 가족과 사랑, 그리움 등을 소재로 풍경과 정물화를 주로 선보였다.

작가는 “좀더 희망찬 메시지를 주기 위해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작품을 만들었다”며 “수용자들이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맑은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옥씨는 서울서 개인전을 위해 그렸던 작품들을 포함해 새로운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몄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치소 상황에서 이들 작품은 더 특별하다.

밤에만 핀다는 ‘박꽃’을 소재로 한 작품 ‘등위에 서 있는 그리움’은 언제나 자식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담았고 작품 ‘가족 한 사람’은 어머니와 자녀 2명이 하나로 엉켜 있어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반추, 생의 한 가운데서’는 붉거나 분홍빛의 들꽃이 등장한다. 그녀 특유의 시원스런 붓칠이 보는 이의 눈길마저 여유롭게 만드는 작품이다.

송영삼 소장은 “구치소 안에서 열리는 미술전시는 미결 수용자들에게 심적 안정을 제공한다”며 “지역 작가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전시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수려한 자연풍경을 담은 100호 크기의 작품 ‘예당(딴산)으로 가는 길’을 수원구치소에 기증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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