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탈북 청소년교육 이대론 안된다…

⑦ 학습교재 개발 시급

탈북학생용 ‘눈높이 교재’ 없어…

“남한친구 따라가기 힘들어요”

이에 따라 북한탈출 이전까지 북한학제로 교육을 받은 탈북청소년들중 대다수는 제3국에서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간 체류하다 국내에 입국하면서 장기간의 학습결손 등에 따른 학력격차와 학령수준이 매우 달라 가뜩이나 부족한 학습능력을 보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겨례학교나 삼죽초교 같은 디딤돌 형태의 학교는 탈북청소년을 남한의 정규학교에서 편입보내기 이전 북한학제를 고려한 예비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적절한 교재가 시급하지만 공인된 교과서가 없어 학교별 상황에 따라 그나마 제각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최근까지 탈북학생 교육을 위탁받아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는 삼죽초교는 교육부로부터 연구기관으로 선정, 재정적 지원을 받아 탈북학생들을 위한 ‘맞춤교재’를 만들어 해마다 개정·보완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교육부로부터 올해부터는 연구기관 지정을 받지 못함에 따라 교과서의 부족한 내용을 추가보완해 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일선 학교에서는 ‘탈북학생용’ 교재가 전혀 없는데다 탈북학생들의 수가 교실당 차지하는 비율이 작아 전담교사를 둘 수도 없어 탈북청소년 개개인의 처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특화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탈북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진도를 제대로 뒤쫓아가지 못해 학력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결국 학교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남한 정규학교 적응 등을 지원하기 위해 탈북청소년 특성 등을 고려한 별도의 교재를 제작,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양원택 연구관은 “검·인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전체적이어야 하는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현 시점에서는 그 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그러나 탈북자 증가와 연관했을 때 더욱 체계적이고 객관화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어야 하는 취지에 공감하며 교육부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구재원·박석원·이동희·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교육부지정 연구학교 삼죽초교 탈락

교육부가 올해부터 탈북청소년 위탁교육 기관인 삼죽초교를 교육부지정연구학교 선정과정에서 탈락시켜 탈북아이들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탈북청소년 특성화 학교로 삼죽학교를 교육부지정연구학교로 지정함에 따라 삼죽초 교사들은 다른 학교 교사들보다 교사평가시 인센티브 점수를 받는 것은 물론 도교육청으로부터 탈북청소년을 위한 교재연구비(500여만원 상당) 등의 용도로 재정지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삼죽초교가 안성중에서 교사들의 근무기피 지역인 격오지역에 해당되는 농촌지역에 위치했음에도 불구, 전반적으로 자질이 우수하고 능력있는 교사들의 자원을 받아 탈북청소년만을 위한 특수학급을 운영할 수 있었다.

특히 삼죽초교 특수반 교사들이 중심이 돼 탈북학생들이 남한의 통합형 교과과정에 대한 학습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학력수순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탈북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를 개발해 교재로 줄곧 사용해 오고 있었다.

삼죽초교는 매년 탈북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교재로 수업을 운영한 뒤 미비한 점을 다음해 겨울방학 기간 등에 교재보완작업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부터 삼죽초교를 교육부지정연구학교 선정과정에서 특정학교만 장기간에 걸쳐 지정하는 것은 전국의 일선 학교에 대한 안배차원에서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삼육초교는 올초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도지정연구학교로 지정을 받아 1천만원의 예산을 확보, 교재개발 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으나 향후 우수교원 확보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김영순 연구관은 “연구학교 지정은 3년이내로 하도록 돼있으나 삼죽초교는 탈북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특수성 때문에 연구학교로 6년간이나 계속 지정됐다”며 “정책적 필요에 의해 장기지원이 이뤄졌지만 타학교와의 형평성문제를 고려해 이번에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딤돌 학교’ 디딤돌 못돼

탈북아이들 교육위탁을 받은 삼죽초교에서 디딤돌 교육을 받은 뒤 일상생활 정착을 위해 정규학교로 편입된 후 학업태도나 학력수준 등의 생활적응 여부가 제대로 교육현장으로 피드백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디돌 학교인 삼죽초교에서 교육을 받은 탈북아이들이 보내진 정착학교와 상호교류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남한교육시스템 적응의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죽초교는 지난 2001년부터 사회정착 보호시설인 하나원에 보호중인 탈북아이들을 3개월 동안 위탁교육을 실시해왔다.

하나원 4기 학생들을 시작으로 위탁교육을 진행, 현재까지 하나원 96기 학생들을 수용하는 등 연평균 90여명씩 모두 500여명 상당의 탈북아이들에 대해 교육을 진행해왔다.

삼죽초교는 탈북학생들의 학교생활상 및 특성을 계속 파악·기록한 생활기록부를 정착학교에 보내 줘 일선 교사들의 탈북아이들의 생활 및 공부지도에 큰 도움을 주고자 도모해왔다.

이와 함께 삼죽초교는 정착학교로부터 아이들의 3개월간 생활을 파악한 기록을 다시 받아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 및 새로이 오는 아이들의 교육에 활용하고자 목적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청소년 디딤돌 학교인 삼육초교와 정착학교간 아이들의 학업 및 생활 전반에 걸친 생활기록 분석을 위한 연구나 토론회 등의 상호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교육당국의 관심 제고가 시급하다.

삼죽초교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2회씩 탈북학생이 재학중인 전국의 일선 학교 교사와 탈북아이들을 초청한 연수회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탈북가족들이 대거 밀집된 서울을 비롯, 참여율이 50%를 밑돌고 있어 제대로 된 교육효과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소수의 탈북학생들만을 위해 대다수의 남한 학생들의 교육시간을 침해하면서까지 연수회에 참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데다 상급 교육기관의 관심 부족 탓에 디딤돌 학교와 정착학교간의 상호교류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삼죽초교 박동배 교감은 “부모와 함께 입국하거나 무연고인 탈북아이들을 수년간 걸쳐 가르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정규학교로 보내지는 아이들의 교육생활을 지속적으로 파안하면 향후 새로이 오는 탈북아이들의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디딤돌 교육과 정착교육 기관간의 교육 연계성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제시카 한겨레 계절학교 자원봉사

“피부색과 국경을 뛰어넘어 탈북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오히려 감사할 뿐입니다.”

한겨레 계절학교에서 교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환학생인 제시카(23·미국 미네소타)는 “비록 언어는 잘 안통하지만 탈북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 국제정치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만난 탈북청소년들에 대해 “아이들이 한국으로 오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어서인지 미국아이들에 비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털어놨다.

또 “쉬는시간에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피아노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여자아이 2명이 금새 따라했고, 만날때마다 쉴 틈 조차 없이 배우려고 해 놀랐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북한의 인권사항에 대해 평소 접해보지는 못했다는 그녀는 “평소에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데다 친구의 소개로 탈북청소년들 교육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탈북청소년들과 만났던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NGO 활동을 계속할 것”라고 다짐했다.

외할머니가 32년전 하와이로 이민을 온 분 이라는 제시카는 한국에 오기전 주변 지인들에게서 “한국은 혼혈아에 대해 많은 차별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걱정을 했지만 정작 같이 생활해보니 잘못된 편견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데다 어릴적 부터 할머니로부터 한국과 가족에 대해 많은 애기를 들어서인지 한국은 정말 친근하고 좋다”며 “같은 동포인 탈북청소년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지원이 수반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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