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 철탑 철거 논란

“80년대초 고등학생때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일산 집으로 올때 멀리 보이는 고봉산 철탑이 보이면 집에 다 온 것 같았습니다.” “80년대말 군 휴가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때 멀리 고봉산 철탑이 보이면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맘이 설랬습니다.”

최근 경관을 해친다며 고양 고봉산(해발 208m) 통신용 철탑 철거를 주장하는 일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역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이 철탑에 대한 추억을 담은 예찬론(?)이 회자되고 있다.

70년대 고봉산 정상에 높이 100m 통신용 철탑이 세워져 30여년동안 대남방송 방지용과 여러 기관들의 통신전파 중계용 등의 목적으로 사용돼 온 이 철탑 주변에는 등산객들의 접근을 금지하는 철조망이 둘러쳐 있다. 당시 초등학교 소풍지로 유명했던 고봉산 정상은 출입이 통제돼 학생들은 고봉산 중턱에만 가야만 했고 철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촬영하지 못했던 아픈 추억도 있다.

그러나 고봉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절경이어서 당시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중산·탄현·일산 신도시 개발로 지금 풍경은 아파트 숲이었지만 당시는 한강과 김포평야, 그리고 붉은해가 한강하구로 사라지는 낙조 등은 가히 일품이었다. 아마도 지금 같으면 고양 제1경쯤 되지 않았을까.

철탑에 대한 철거와 함께 보존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철탑을 개방,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조성하자고 한다. ‘산 위의 에펠탑’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이 철탑의 안전을 보강해 엘리베이터를 설치, 관광코스로 만들자는 것. 인근 습지와 주변 보존녹지 등과의 연계 개발로 고봉산 명소를 만들자는 의견이다.

시는 지난달 29일 고봉산 철탑을 남산타워처럼 전망탑으로도 활용하는 방안에 의견을 나누는 등 또 다른 명물 탄생(?)을 위한 첫 발걸음을 옮겼다.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우 kim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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