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이단아 나이젤 케네디 내한공연

펑크 머리에 가죽 점퍼, 그리고 군화. 영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51)가 연주할 때 즐겨 하는 스타일이다.

가끔 무대에서 박자에 맞춰 두 발을 구르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만으로도 그가 왜 '클래식계 이단아'로 통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력이 모자라 튀는 모습으로 관객을 잡으려는 속셈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해다. 그의 비발디 '사계'(EMI) 음반은 단일 음반으로는 클래식계에서 가장 많이 팔려(200만장) 이 부문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7세 때 메뉴인음악학교에 입학해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에게 지도를 받았으며, 20여 개 음반 중 런던필하모닉과 협연한 엘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1985년 그라모폰 지의 올해의 레코드상, 영국 음반산업협회의 베스트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됐다.

내한공연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그는 '까탈스러움'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계약서에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담은 26쪽짜리 서류를 첨부했다.

공연 당일 최고급 생선회 한 접시를 리허설룸에 준비하고, 호텔방은 온도 22도, 습도 55%로 맞춰 놓아야 하며, 가습기는 특정회사 제품으로 준비하고, 샤워실에는 큰 타월 13장과 비누 1개를 준비할 것 등등을 내걸었다.

이런 그가 다음달 9일 성남아트센터와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1978년 11월 서울시향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협연차 내한한 적은 있지만 단독 콘서트로 한국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때 내한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오사카에서 열린 아일랜드 경기를 보겠다며 공연 예정일에 공연을 취소했다. 이처럼 공연을 펑크내는 일은 그에게는 다반사.

학창시절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재즈음악을 선보인다. 론 카터, 잭 디조넷, 조 로바노, 케니 워너 등 블루노트(EMI 산하 재즈 음반 레이블)가 자랑하는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한다.

케네디는 음악학교 기숙사의 베개 밑에서 재즈를 들었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학생들과 비공식적인 재즈 밴드를 만들었다. 학교측이 반대했음에도 재즈 연주가 스테판 그라펠리와 함께 카네기홀 무대에 서기도 했다. 5만-16만원. ☎02-586-272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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