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와 역쿠데타가 점철되어온 나이지리아의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나라가 과연 처음으로 평화적인 민선 정부간 교체를 이룩할 수 있느냐에 아프리카 분아니라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리카대륙 최대의 인구를 보유한 나이지리아는 서부 아프리카의 맹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아프리카의 양대 강국으로 꼽히는 나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기도 한 나이지리아의 이번 선거 결과는 전체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과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국제유가에도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함께 북부 이슬람권과 남부 기독교권으로 갈라져 있는 이 나라가 기독교도인 올루세군 오바산조대통령의 퇴임에 이어 이슬람신도 대통령의 출현이 예상되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또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오바산조 대통령이 수렴청정을 할 수 있을 것인지도 향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 민선정부 교체 = 지난 14일 실시된 주지사.주의회선거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는 오는 21일 대선의 평화적 실시와 선거 이후의 정국 안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주지사 선거의 경우 모두 36개주 가운데 오바산조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인민민주당(PDP)이 26곳을 석권하고 야당 전인민당(ANPP)이 5곳, 행동의회당(AC) 1곳 및 인민진보연합(PPA)이 1곳을 각각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불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INEC)가 여당에 편파적인 선거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 야당측은 선관위가 일부 야당 후보자들을 부패 혐의 등의 이유로 후보자명단에서 제외하는 한편 야당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인 명부에서 삭제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부통령이면서도 오바산조 대통령과의 불화로 인해 야당 AC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아티크 아부바카르는 당초 대통령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선거를 불과 5일 앞둔 16일에서야 후보 자격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아부바카르 진영에선 선거에 참여해봤자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여당의 승리를 인정해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할 것이라며 선거 참여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그가 선거를 거부하고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나이지리아는 극심한 선거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주로 야당 지지자들의 폭력적 시위로 인해 에도, 베누에, 오순 등 북부 3개주에서 16일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실시되는 등 선거 정국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통금조치는 무슬림지역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3개주에서 여당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되자 격앙된 야당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인 데 따른 것이다.
이와함께 또다른 북부 지역인 카노에서는 17일 무장괴한이 경찰서를 습격해 1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앞서 주지사 선거 투표일인 14일에만 경찰 공식 발표로 21명이 사망했으나 현지 언론매체들은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폭력 사태는 그동안 정치 테러가 일상사로 벌어지는 나이지리아 특유의 정치 문화에 의해서도 증폭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정치인들이 정적을 제거하거나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선관위 직원을 매수하거나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는 게 다반사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간 400억달러의 원유생산 수입을 올리는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게 곧 '돈방석'에 앉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이면서도 관료들의 부패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것으로 분석돼왔다.
이와 관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영 SABC 방송 라디오는 나이지리아 경찰이 모든 정당의 정치집회를 금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 군부쿠데타가 또다시 발생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1960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린 정권을 군부가 쿠데타로 붕괴시키고 다시 이를 뒤엎는 반동쿠데타가 발생하는 일이 30여년 동안 반복됐다.
이번 선거 이후 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극심한 소요사태를 일으킬 경우 군부에서 또다시 개입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5년엔 나이지리아가 향후 15년 이내에 소장 장교들이 주도하는 쿠데타에 이어 내전이 발생하는 등 철저히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한 세미나 내용이 중앙정보국(CIA) 홈페이지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경험이 있는 오바산조 대통령은 8년 동안의 재임기간 실시한 군인사를 통해 군에 대해 확고한 장악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 강사인 이마쿨레이트 모치는 '기로에 선 나이지리아'라는 글을 통해 "이번 선거가 실패할 경우 나이지리아의 니제르델타 반군활동은 더욱 증폭될 것이며 나아가 서부아프리카 안정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슬람권 대통령 출현 = 인구 1억4천만명의 나이지리아 인구 중 절반을 차지하는 북부 무슬림권은 이번 대통령의 경우 이슬람권 몫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독교도인 남부 출신 오바산조 대통령이 8년 동안 재임한 만큼 이번엔 북부 무슬림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당 후보인 우마르 야라두아와 야당 ANPP의 무하마드 부하리, AC 아부바카르가 모두 북부 출신 이슬람신도로 구성돼 있다.
나이지리아 이슬람권은 비교적 온건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진주의적 성향이 짙어가고 있는 것으로 서구에선 경계하고 있다.
한편 야라두아의 건강에 이상이 있으며 자칫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사망할 경우 기독교도인 부통령후보 조나단 굿럭이 승계할 가능성도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선거운동 기간 제기된 바 있다.
야라두아는 지난달 선거유세를 돌연 취소하고 독일을 방문, 정밀 건강진단을 받는 바람에 한때 사망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바산조가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야라두아를 지명, 일약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택한 데는 건강문제도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PDP를 지배하고 있는 오바산조 입장에선 건강이 안좋은 야라두아가 수렴청정을 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