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콩의 새싹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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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은 ‘시경(詩經)’에 숙(菽)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숙의 꼬투리가 나무로 만든 제기인 두(豆)와 비슷하여 숙은 두가 되었다. 그러다가 팥처럼 알맹이가 작은 콩무리가 들어오게 돼 이것은 소두, 본디의 콩은 대두라 구분하여 부르게 됐다. 서기 전후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식물의 야생종·중간종· 재배종이 가장 많은 곳을 그 식물의 발상지로 삼는데, 이 조건에 맞는 콩의 원산지는 중국의 동북부, 곧 만주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일부에선 중국 남부를 콩의 원산지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중국의 앙소· 용산 문화유적엔 콩이 나타나지 않는다.

‘관자(管子)’에 제나라 환공(桓公)이 만주지방에서 콩을 가져와 중국에 보급시켰다는 기록이 있고,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콩이 출토된 점으로 미뤄 콩의 원산지는 만주, 곧 옛 고구려 땅이라 할 수 있다. 김제규 작물과학원 영남농업연구소장도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기원전 3000~2000년부터 이 땅에서 재배해 온 농작물이다. 다른 나라보다 콩의 생태형이 월등하게 다양하고 유전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콩으로 만든 음식은 참 다양하다. 어린 풋대콩은 삶아서 먹고, 완숙한 콩은 콩밥·콩자반·콩설기떡·콩엿 등을 만들어 먹는다. 또 두부·비지·된장·간장·콩나물·콩기름 등으로 가공하여 먹기도 한다. 콩기름은 각종 공업원료로 이용되며 두유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콩의 생초·건초와 콩깻묵은 사료나 비료로, 줄기는 인공섬유의 원료 등으로 이용된다. 비누·인쇄용잉크·방수제·유화제·살충제·화약·의약품 등 공업상의 용도 또한 다채롭다.

콩을 이용해 만든 음식 중 콩을 갈아 만든 국에 국수를 삶아 띄운 콩국수의 맛은 일품이다. 콩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 특히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애용돼 왔다. 콩국수는 콩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그대로 살릴 수 있으므로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먹어야 하는 보양식이다. 멥쌀에 콩을 섞어 끓인 콩죽의 맛은 유별나다. 양질의 단백질급원 음식이며 여름철 절식의 하나이다. 경상도 지역에선 요즘 같은 철의 시식으로 즐겨 먹는다. 예전엔 주로 밭에 심었지만 지금은 논콩, 즉 논두렁에도 많이 심는다. 뜸북새 소리 들리는 논두렁에서 싱그럽게 자라는 연두색 논콩들이 참 어여쁜 계절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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