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일본판 가을동화 '눈물이 주룩주룩'

전형적인 순정영화다. 잘생긴 남자배우와 예쁜 여자배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여쁜 남매의 동화 같은 사랑은 유치하지만 마음을 순수하게 만든다.

지난해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눈물이 주룩주룩'은 일본판 '가을동화'다. 송승헌과 송혜교가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 배우인 쓰마부키 사토시와 나가사와 마사미로 바뀌었다. 친남매가 아니지만 남매로 자라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기 힘든 남녀의 이야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한국 관객에게도 낯익은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맑고 깔끔한 멜로영화를 내놓았고, 최근 자국영화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일본 관객이 이에 화답했던 것. 드라마에서 흔히 봐온 뻔한 전개지만 남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신파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 점은 다행스럽다. 이성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남매의 사랑을 더 내비쳐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본질이 혼탁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내내 건강하고 밝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 더 애잔한 것.

유독 눈물 연기에서 탁월한 '기량'을 자랑하는 사토시가 종종 눈물을 흘리니 여성 관객의 마음을 잡아끈다. 사토시는 마음이 건강한 젊은이로 등장해 삶에 의욕적인 빛나는 청춘을 그린다.

나가사와 마사미의 매력도 한껏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그는 더할 나위 없는 청순미를 내뿜으며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된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일본의 인기가수 모리야마 요시코의 실화를 토대로 1997년 만들어진 동명의 노래가 모티브가 됐다. 오키나와에서 함께 자란 한 살 터울의 오빠가 23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떴고, 오빠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노래에 담았다.

21살의 요타로(쓰마부키 사토시)는 시장에서 배달을 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이다. 그의 꿈은 멋진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과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여동생 가오루(나가사와 마사미)를 잘 돌보는 것이다.

가오루는 친동생이 아니다. 8살 때 엄마가 데려간 재즈클럽에서 새아빠와 함께 만나게 된 의붓동생. 어머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둘은 행복한 시절을 보내지만 새아버지가 어느 날 훌쩍 떠나면서 불행이 찾아온다. 어머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요타로에게 가오루를 잘 돌보라는 유언을 남긴다. 사랑스럽고 똑똑한 여동생이 대학까지 가도록 요타로는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돈벌이에 나선 것.

섬에서 할머니와 지내던 가오루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오키나와로 오면서 요타로와 가오루의 행복한 날들이 시작된다. 요타로 곁에는 의대에 다니는 여자친구 게이코(아소 구미코)와 늘 든든한 친구 류이치(쓰카모토 다카시)도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요타로가 일하는 식당 단골손님의 소개로 싼값에 가게를 산 요타로는 드디어 레스토랑을 차리는 꿈을 이룬다. 그러나 개업파티를 열고 있던 중 진짜 가게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고, 뒤늦게 사기당한 걸 안 요타로는 그래도 동생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인다.

빚으로 힘든 날을 보내는 요타로 앞에 게이코의 아버지가 나타나 돈을 건네고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며 게이코와의 이별을 종용한다.

상심한 요타로는 게이코에게 이별을 고하고, 게이코는 "가오루가 온 날부터 난 외로웠다"고 말한다.

한편 오빠를 돕기 위해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오루는 아버지를 만난다. 대학에 합격한 날 가오루는 요타로에게 독립하겠다고 말한다. 가오루가 아버지를 만났다는 걸 안 요타로. 그러나 사실 가오루는 아버지를 만나기 전부터 요타로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헤어져 살게 된 남매는 여전히 서로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눈물이 나오려 하면 코를 잡아 눈물을 멈추게 하는 남매. 어머니가 가르쳐준 이 방법을 시시때때로 써먹는 남매는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 상황을 맞게 된다.

결말이 뻔한 슬픈 순정영화이지만 깔끔하게 요리했다는 점에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닮아 있다.

일본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에 자신감을 갖고 국내 15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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