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컴백하는 가수 양파(28·본명 이은진)를 지난 9일 서울 청담동의 팬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날을 때 그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반신반의했다. ‘여고생 가수’라는 데뷔 당시 타이틀과 ‘양파’라는 이름이 주는 동글동글한 이미지 때문에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원래 이렇게 늘씬했느냐”는 물음에 양파는 쑥스러워하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구두 굽이 높아 그렇지 키는 작은 편이에요. 다이어트는 열심히 하고 있고요. 많이 뺐는데도 사진 찍으면 왜 그렇게 통통하게 나오는 걸까요?”
오는 17일 발매될 5집 ‘The windows of my soul’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애절하면서도 간결한 느낌의 타이틀곡 ‘사랑…그게 뭔데’, 그리고 한결 가늘어진 외모가 모두 ‘성숙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음악과 외모가 성숙해졌다면 다행이죠. 그렇지만 스스로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요. 20대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미련도 많고, 내면의 성숙미를 갖추지는 못한 것 같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처음과 마지막 트랙에 자리한 양파의 자작곡 ‘Marry Me’와 ‘친절하네요’다. 전자는 경쾌한 빅 밴드 반주와 함께 달콤하고 밝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고, 후자는 복고풍 3박자 왈츠 속에 연극적 느낌마저 주는 절절한 가창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 그동안 양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노래를 추구해왔는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자작곡을 더 많이 넣고 싶었죠. 그렇지만 가요계 트렌드도 감안해야 하니까 대중적이지 못한 곡은 뺐어요. 이 두 곡도 원래는 가사가 더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했는데 현실적인 내용으로 바꾼 거예요.”
가사를 톤다운 시키는 데는 데뷔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선배 가수 이적의 도움이 있었다. “그런 가사는 너를 너무 현학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양파는 “알고보면 제가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좋아하게 된 건 이적 오빠가 추천한 책을 많이 읽어서…”라며 웃어보였다.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한 뒤 2001년 4집을 내기까지 인기 가수로 활동했고 미국 버클리 음대로 유학까지 떠났지만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6년간 활동도 학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양파. 그는 “차라리 3∼4년간을 마음 먹고 쉬었다면 공부도 끝내고 많은 일을 했을텐데”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새로 데뷔하는 기분으로 활동을 하게 되니 1집 때처럼 신선한 기분도 든다”고 자위했다.
데뷔 직후에는 인터뷰 때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말에 “가창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라고 답하곤 했다는 그는 이젠 “오래 사랑받는 가수”라고 답한다. “사랑이 없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가 없거든요. 그게 제일 중요하고 먼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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