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칸 영화제 화려한 개막

제60회 칸 국제영화제가 16일 오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개막식과 개막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상영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독일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단편 '부조리(Absurda)'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60회를 맞은 칸에 '깜짝 선물(surprise gift)'로 바쳐지는 작품.

크루거는 완벽한 불어,영어,독일어를 구사하며 9명의 심사위원진을 소개하면서 "12일간 우리를 웃고,울고, 노래하게 만들 영화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혜와 현대성, 경험과 우아함의 연대를 상징하는 커플로 선정된 포르투갈 노장 감독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98)와 대만 출신 여배우 수치(舒淇)가 영화제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수치가 "60회 칸 영화제 개막을 선언한다"고 말하자 노구의 데 올리베이라는 "영화 만세"를 외쳤다.

장편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한 개막작 '나의 블루베리 나이츠'는 홍콩감독 왕자웨이(王家衛)가 영어로 찍은 첫 작품. 재즈 가수인 노라 존스의 영화 데뷔작으로 주드 로, 레이철 와이즈 등 스타들이 출연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 등 본상을 놓고 장편경쟁부문 초청작 22편이 경쟁을 벌인다.

"60회 행사를 위해 잘 알려진 감독들과 '젊은 피'를 혼합해 참가작을 선정했다"고 질 자콥 집행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올해는 신구(新舊)의 조화가 눈에 띈다.

쿠엔틴 타란티노ㆍ에미르 쿠스트리차ㆍ구스 반 산트ㆍ왕자웨이 등 거장들과 다수의 젊은 신진 감독들이 경쟁 및 비경쟁부문에 고루 참가했다.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한 젊은 감독의 면면을 살펴보면, 1970년대생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천국의 가장자리(Auf Der Anderen Seite)'의 파티흐 아킨(독일), '우리는 그 밤을 소유한다(We Own The Night)'의 제임스 그레이(미국), '사랑의 노래(Les Chansons Damour)'의 크리스토프 오노레(프랑스) 등이 그들.

또한 이란의 마르자네 사트라피와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기우 등 젊은 감독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장편경쟁부문 진출작 22편 중 13편은 주요 영화제에 출품한 경험이 없는 감독들의 작품이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이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특히 '밀양'의 주연배우 송강호와 전도연은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칸의 미래를 이끌 인물 60'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60회를 맞는 칸은 기념행사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20일에는 미남배우의 대명사인 알랭 들롱의 사회로 60회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60회 기념 이벤트로 마련된 옴니버스 영화 '각자에게 자신의 영화를(To Each His Own Cinema)'이 이 행사에서 선보인다. '극장'을 테마로 3분짜리 단편영화 35편을 하나로 묶는 이 영화에는 쿠스트리차ㆍ켄 로치ㆍ기타노 다케시ㆍ빔 벤더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35인이 참여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디파티드'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칸을 찾는다.

그는 전세계 영화작품의 보존과 복원 등의 사업을 하게 될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의 설립 계획을 현지에서 발표하는 한편 그의 작품 세계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회고하는 마스터클래스도 연다.

올해 칸 영화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인 미국의 마이클 무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보건 정책을 비판하는 '시코(Sicko)'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기자 대니얼 펄이 파키스탄에서 참수된 사건을 다룬 영국의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마이티 하트(A Mighty Heart)' 또한 정치적 색채를 띤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두 작품 모두 비경쟁부문 초청작이다. 특히 '시코'는 쿠바에서 일부 촬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어 주목된다.

칸 영화제 개막일은 우파 성향의 프랑스 새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취임일이기도 해 이래저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는 '더 퀸(The Queen)'으로 유명한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가 선정됐다. 다른 8명의 심사위원에는 중국의 매기 청, 터키의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 등이 포함됐다.

주요 섹션에서 총 64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조지 클루니, 알 파치노, 샤론 스톤, 제인 폰다, 가수 보노 등 스타들이 대거 참석한다.

또 내년 흥행에 도전할 작품을 고를 1만여 명의 영화계 종사자들과 5천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룰 전망이다.

/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