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곳 '천상고원'

2005년 여름 K(김응수)는 홀연히 사라진 그녀를 찾아 티베트와 접경지역에 있는 인도 북부의 라다크로 여행을 떠난다. 라다크는 히말라야 고원지역에 위치해 있다.

3년 전 이들은 함께 그곳을 여행했고, 그녀는 "라다크로 떠난다"는 내용의 엽서 한 장을 남긴 채 다시 그곳으로 가버렸다. 그는 왜 그녀가 자신에게서 떠났는지 궁금하다.

K는 라다크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정체불명의 여행객 태훈(이재원)을 만나 동행한다. 눈이 녹는 여름 한철에만 길이 열리는 5천m 높이의 고원과 협곡을 넘으며 K는 고산병으로 죽을 만큼 힘든 구토와 두통에 시달린다.

'천상고원'(감독 김응수, 제작 김응수필름)의 영어 제목은 'Heavenly Path'이다. 우리말로 '하늘 길'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영화 속 하늘 길은 아마 히말라야의 고원지역 라다크로 가는 길일 것이다.

영화는 K가 애인을 찾아 떠나는 얘기로 시작되지만 도입부 이외에는 그녀에 대한 언급이 없다.

K가 산맥을 넘으며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설명되지는 않지만 그는 하늘 길을 통과하며 마음을 바꾼다.

영화 속 하늘 길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그 너머의 세계를 구분짓는 좌표인 듯하다.

여행의 시작은 세속적이지만 하늘 길을 통해 그 너머의 세계와 만나면 세속적인 삶의 옷을 훌훌 벗어던질 수 있다고 감독은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래서 K는 아마 여자친구를 찾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영화는 대사보다는 화면으로 히말라야를 통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차를 타고 산길을 오르는 K의 험난한 여정이 오랫동안 롱테이크 화면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주인공 K를 연기한 김응수 감독은 아마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함께 하늘 길을 넘는 경험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천상고원'은 상업영화와 대척점에 있는 영화다. 전혀 친절하지 않고 짧은 줄거리만을 덩그러니 관객에게 던져준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다.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대사가 거의 없고 끝없이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정경만을 마주한 관객은 아마 이를 통해 선(禪)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둘지 않는 영화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아(自我)와 마주하는 경험을 얻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스크린에 한 가득 담기는 아름다운 야생의 히말라야도 볼거리.

그렇지만 영화는 단점도 많다.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친절하지 않아 "도대체 무슨 얘기야"라고 반응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라는 것. 이야기의 길고 짧음을 떠나 감독의 연출력이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31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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