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웅장함에 ‘열광…환호…’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존재 그 자체, 그들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의 프로그램과 함께 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열정과 흥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다.
21일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연주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고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보기드문 파워와 섬세한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이날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트의 지휘로 자신들의 특장기인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을 연주, 관객들을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객석의 소란스러움도 잠시 무대로 걸어나온 단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잡자마자 붉은색 롱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무대로 걸어나왔고 객석에서는 피아니스트를 박수로 맞이했다.
플레트네트의 지휘에 따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 흐르자 백혜선은 음악을 음미하듯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파워 넘치는 연주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백혜선의 연주는 고요한 정적을 깨는 피아노의 향연이었다.
이 곡은 연주에 소요되는 파워와 기교가 가히 악마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곡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조차도 고정 레퍼토리로 하지 않을 정도로 연주자가 많지 않은 곡임에도 백혜선은 혼신을 다 한듯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부드러움으로 때로는 격정적으로 파워풀한 연주를 펼쳐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세 번의 커튼콜과 함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그의 연주는 단원들조차 악기를 두드리며 존경을 표시할 정도였다.
관객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호응해 물결 흐르듯 건반 위를 수놓는 백혜선의 손에 시선을 고정했고 건반 위를 달리는 파워풀한 손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냈다.
잠시 인터미션 시간이 지난 후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신기에 가까운 연주와 접할 수 있었다.
플레트네트의 지휘로 비장미와 유려함을 갖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객석은 이들의 연주에 이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 악장에서는 어두운 빛깔의 안단테 도입부에서 클라니넷이 애조 띤 선율로 무겁게 시작하더니 우울한 분위기로 맺었다. 2악장에서는 혼의 독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아리에타가 달콤하면서도 슬픈 분위기로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고, 다른 작곡가들의 교향곡이 흔히 미뉴에트나 스케르조로 이뤄지는데 비해 왈츠로 이루어진 3악장에 이르러서는 경쾌한 느낌을 주어 1·2악장에서 느껴지던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 활기에 찬 느낌으로 전환되었다. 곡은 4악장에 이르러 전곡에 일관됐던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웅대하고 승리에 찬 울림으로 이날 공연을 맺었다.
플레트네트의 여유와 물 흐르는듯한 지휘로 러시아 음악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선사해 전곡이 끝났을 때는 객석의 박수와 환호가 그칠줄 몰랐다. 단원들조차 그의 지휘에 존경을 표시했고 관객들은 여러번의 커튼콜로 화답했다.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하듯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앵콜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사, 감동을 이어나갔다.
이날 공연은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연주로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에 취한 음악의 향연이었다.
한편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21일 도문화의전당 공연에 이어 24일까지 부산, 서울, 대구로 이어진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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