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단소리’ 단상

“(행정 능력이) 탁월한 시장님 덕분에 시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A씨)

“(단소리 보다) 쓴소리가 지역 발전에 더 도움이 됩니다.”(B씨)

지난 주말인 26일 오후 7시께 시흥시내 한 음식점에서 이연수 시흥시장과 5·31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시흥지역 정치인 등 10여명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 중 일부라고 한다.

C씨도 “아부하는 말은 지역 발전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서 B씨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한다.

B씨는 이어 A씨에게 “밥 벌이(?)하려고 (시장에게) 아부하느냐. 이런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게 불편할 뿐”이라며 버럭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욕설이 난무하고 몸 싸움 직전까지 치닫다 참석자들이 서둘러 말리는 바람에 가까스로 수습됐다고 한다.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 식당 분위기와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시흥지역 정치인들이 나눈 대화와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 원인을 술 기운 탓으로 돌리고 싶을뿐이다.

모임 취지는 5·31지방선거 낙선자들을 위로해주고 그들로부터 시정에 대한 자문을 받아 지역 발전을 도모해 보자는데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이날 모임에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으로부터 공천받고 5·31 지방선거에 출마, 낙선했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론을 주도하는 한 축인 정치인들이 만나 지역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 고민하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여·야 정파를 초월하면 더욱 반길 일이다. 하지만 시흥지역 정치인들의 이날의 만남은 일단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양약고구:良藥苦口)는 속담이 있다. ‘쓴약’과 ‘쓴소리’를 등치(等値)시킬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쓴 약은 어른이나 아이, 너 나 할 것 없이 입에 털어 넣기가 곤혹스럽다. 쓴소리 또한 듣기 좋아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단약’과 ‘단소리’. 당장 먹고,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몸과 건강에는 나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지역 정치인의 말과 다툼을 보면서 떠올린 단상(斷想)이다.

/이동희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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