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렌드바이

집시 바이올리니스트의 열정이 모두를 감염시켰다.

10일 저녁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렌드바이와 그의 친구들은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이며 집시 음악의 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고, 예술의전당에 모인 관객들은 그들이 연주하는 집시의 선율에 울고 웃으며 음악 속에 하나가 되었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스타일은 뚜렷한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특정 바이올린 악파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16세기경 바이올린이란 악기가 처음 나타난 이후 프랑스와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각자 독특한 바이올린 연주 비법을 개발해 제자들에게 전수하며 바이올린 악파의 전통을 유지해나갔는데, 이런 악파에 따라 집시 바이올린의 전통을 분류한다면 헝가리 악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집시 바이올린 연주는 단순히 악보에 나타난 음표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해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바탕으로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재창조' 작업이라는 점에서 바이올린 연주사에 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렌드바이의 이번 내한 연주 프로그램에도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나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 등 정통 클래식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렌드바이의 손을 거친 클래식 음악은 집시 풍으로 새롭게 해석되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렌드바이는 클래식 음악의 음표들을 곧이곧대로 재현해내는 대신, 그 멜로디를 바탕으로 다채롭고 즉흥적인 변주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굳이 티보 바르가 국제 콩쿠르 우승 경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렌드바이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음악회 초반에 연주한 타르티니의 바이올린소나타 '악마의 트릴'이나 비발디의 '사계'에서는 연주자들이 악보에 얽매여 연주한 탓인지 집시 풍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부족했다.

그러나 악보 없이 연주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에서부터 본격적인 집시 음악의 매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렌드바이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 첼리스트와 더블베이시스트로 구성된 다섯 명의 음악가들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서로의 눈을 맞추고 각자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순간 더블베이스의 간단한 음 하나에도 생기가 솟아올랐고 비올라의 단순한 반주 음형에도 활력이 넘쳤다.

몬티의 '차르다쉬'에서 신들린 듯 질주하는 렌드바이의 바이올린은 마치 가속 페달을 밟은 듯 거침없었고,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에서 절도 있는 탱고 리듬을 주도한 더블베이스의 탁월한 리듬감각은 일품이었다.

무엇보다도 렌드바이의 집시음악이 가장 돋보인 작품은 루마니아 민요 '희망의 노래'나 러시아 민요 '종달새' 등 민속음악이었다. 렌드바이는 이런 민속음악에서 새 소리를 묘사하는 특수 주법을 구사하거나 튀어 오르는 듯한 활로 독특한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등 더욱 자유분방한 연주 스타일을 선보이며 집시 음악의 열정을 뿜어냈다.

음악의 열기가 점차 고조됨에 따라 관객들은 음악인들의 표정변화와 악센트 하나에도 탄성을 지르며 그들의 연주에 적극적으로 동참했고 다함께 집시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렌드바이의 이번 공연은 그동안 고전적인 바이올린 연주 스타일에 익숙했던 국내 청중들에게 집시 바이올린의 신선한 매력을 전해준 값진 시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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