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가 50명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제도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예비후보 등록이다. 중앙선관위에 의하면 지난 4월23일 등록을 시작한 지 50여일만에 벌써 50명이 등록했다. 대통령 후보가 날마다 1명 꼴로 나온 셈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이토록 많은 것은 재야 무명인들의 등록이 사태가 난데 있다. 정치권 인사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후보자들이 10여명에 이른다. 가히 대통령 후보 풍년인 것이다. 한데, 정치권 뿐만이 아니고 비정치권의 일반 사회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마구 쏟아지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50명의 예비후보 가운 덴, 정작 정치권 인사는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정치와 무관한 일반인들이다.

회사원도 있고, 농부도 있고, 청소원도 있다. 직업은 이밖에도 문인, 종교인 등 다채롭다. 물론 남성들만이 아니고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막상 5억원의 기탁금을 내고 오는 12월1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본선에 나올 사람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물론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겠지만 예비후보로 대부분 끝낼 것으로 보는 것이 선관위의 관측이다.

예비후보가 많은 건 등록이 쉬운 탓이다. 따로 드는 돈도 없고 일정 인원의 추천인 같은 것도 필요없다. 누구든 만 40세 이상의 국민으로 피선거권에 흠만 없으면 등록신청서 종이 한 장에 써내면 된다. 대선 후보자들로 하여금 본선 선거기간에 앞서 제한적으로나마 선거활동을 하도록 해 공명선거의 활성화를 기하려고 한 것이 예비후보 등록제의 취지다.

그런데 좀 빗나갔다. 예비후보는 진짜 대통령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1월25일 전날까지 접수된다. 남은 6개월동안에 또 얼마나 많은 등록신청이 있게될 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예비후보만을 목적으로 하는 등록 군상의 심리는 동키호테와 같다. 그렇긴 해도 흥미로운 점이 없지 않은 가운데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일반 국민의 스트레스 해소다. 비록 무명일지라도 대통령 선거의 예비후보 지위만으로 세상에 대한 심리적 갈등을 풀 수 있는 위안이 된다면 굳이 나쁘다 할 게 없을지 모른다. 또 하나는 나라의 법제, 즉 대통령 선거제도가 희화화되고 있는 점이다. 이래서 예비후보 등록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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