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작심한듯 언론 비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퇴임을 2주일 앞두고 작심한듯 언론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블레어 총리는 12일 로이터통신 런던 본사에서 “비판이 예상돼 많이 망설였지만 언론에 대해 논평할 수 있는 자유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설을 결심했다”고 운을 뗀뒤 “낙종을 불안해하는 요즘 언론은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는 야수와 같다”며 외부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블레어는 “24시간 뉴스가 쏟아지는 뉴미디어 환경에선 자극적인 이야기로 판매고를 올리려는 욕망이 진실이나 균형 감각보다 우선한다”면서 현재 언론이 ‘임팩트 저널리즘(impact journalism:충격만 추구하는 저널리즘)’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실 보도와 논평의 구분이 갈수록 흐릿해져 정치인의 말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신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그는 자신의 이라크 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해온 중도좌파신문 인디펜던트를 특별히 거명하면서 “뉴스페이퍼가 아니라 뷰스페이퍼(viewspaper·의견만 가득찬 신문)”라고 비난했다.

집권 초기 제3의 길을 표방한 40대 신선한 정치인으로 언론의 각광을 받았던 블레어는 이라크전에 참여하면서부터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게 됐고 장기집권에 따른 각종 부패 스캔들까지 겹쳐 언론의 맹공에 시달려왔다.

블레어의 선전포고에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인디펜던트의 사이먼 켈너 편집국장은 “우리가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면 블레어가 지금처럼 우리를 문제 삼았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이라크전 반대 입장에 대해 사과할 뜻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블레어 정권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사주간 스펙테이터의 매튜 앤코나 편집장은 “(블레어의 말처럼) 뉴미디어의 확산이 정치를 해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현 정부가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비꼬았다. 정치전문지 뉴스테이츠맨의 존 캠프너 편집장은 “영국 언론 대부분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라크전을 보도해왔으며 블레어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찔끔찔끔 제공하는 것을 억지로 참아왔다”며 “블레어의 주장은 정곡을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당의 문화 담당 대변인 돈 포스터는 “정치인이 스스로의 신뢰 상실에 대해 언론을 탓하기는 쉽다”며 “그러나 공정하게 분석 보면 문제는 블레어 자신의 홍보 정치”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보수지 더 타임스의 전직 정치부 기자 앤서니 브라운은 “정치인들이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면서 “나 자신도 과거 정부 보고서와 연설에서 최악의 부분만 찾는데 혈안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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