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3천여 곳에 불과했던 대부업체가 지난해 말 현재 등록한 업체만 전국적으로 1만7천539 곳이다. 미등록 업체까지 합치면 5만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전체 대부업체의 57.2%인 1만38 곳이 몰려 있다. 평균 연 197%라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서민들은 이자를 갚지 못해 가족 해체 위기에 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폭리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대부업체는 TV 광고까지 할 정도로 규모가 비대해 졌다. 한국이 대부업 천지가 된 셈이다. 한국의 대부업이 ‘돈’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엔 메릴린치·스탠다드차타드 등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까지 속속 뛰어드는 중이다.
대부업체는 이렇게 세탁소만큼 많아졌지만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구멍’ 투성이다. 현재 총 1만3천여 개(미등록업체 포함)로 추정되는 대부업체를 관리하는 서울시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대부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고객이 몰리면서 대부업체에는 상담 없이 고객이 스스로 신용상태를 입력하고 각종 대출 서류를 제출하는 ‘무인 대출기’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 대부업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말 현재 3천467만 명의 금융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신용 경계인’의 수가 484만 명이다. 신용 경계인은 생활보호대상자 바로 위인 차상위계층과 비슷한 개념이다. 신용정보관리대상자(옛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을 말한다. 보통 연체는 없지만 은행에서 대출해 주기 어려운 경계선상의 신용등급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2002년 신용위기를 불러왔던 ‘카드 돌려막기’와 닮은 꼴인 현 상황에서 신용 경계인이 한번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신용점수가 나빠지면서 사실상 제도권 금융회사를 다시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 ‘제도권 금융 대출 거절→대부업체 이용→신용점수 하락→제도권 금융 진입 불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 경계인 상당수가 연 이자율 66%에 달하는 대부업체 빚을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신용 경계인에겐 언제든 한계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상환 의지가 분명한 신용 경계인에 대해 집중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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