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 지방의회 폐해 현실로

유 창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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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치러진 제5대 지방의회 선거부터 실시된 정당 공천제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남양주시의회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정례회를 열고 결산검사 승인건과 각종 조례(안) 등 안건들을 처리했다.

이번 회기에서 남양주시 공직사회에 가장 관심사는 ‘남양주시 행정기구 개편 조례(안)’과 ‘정원조례 개정(안)’ 등이었다. 서기관 1명과 사무관 6명 등의 자리들이 늘어나고 공무원 60명이 증원되는, 그야말로 공무원들에게는 부푼 꿈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그런 중요한 조례개정(안)이었다. 그러나 집행부가 상정한 조례개정(안)들이 해당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지금 당장 조직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집행부와 충분한 논의를 하기로 하고 부결시켰다.

그러자 다른 위원회인 산업건설위원회 의원들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례회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임시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집행부 원안대로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지방자치 17년사에 아마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사건이 남양주시의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시민들의 공공복리와 안녕에 관한 일반 안건도 아닌 공무원 증원 안건이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제안 설명에 이어 질의 응답에는 여러 의원들 중 대부분 “이번 조례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질의와 답변이 오갔으며 그 분위기를 봐서는 표결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부결이 돼야 했다. 표결에 이르려면 찬·반 의견이 팽팽할 때 이뤄지는 게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성쪽 질의는 거의 없었는데도 표결에선 거의 같은 당 소속이라는 명분으로 원안가결에 찬성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결국 지난해 5대 지방의회 선거때부터 우려된 정당공천에 따른 폐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근간은 의회주의이고, 지방자치는 위원회 중심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제69조 제1항의 다만 이라는 단서조항을 적용해, 그것도 공무원 증원에 의원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대의명제인 의원 본래 임무를 저버린 이번 처사를 보면서 어디 남양주시의회만의 문제인가 걱정이 앞선다.

조직권은 자치단체장에 있다.

그러나 승인권은 의회에 있다. 그래야 균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인 조직권을 의회에서 부결해서야 되겠느냐”는 일부 의원들의 억지논리에 의원의 임무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이나 같은 당소속 자치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포퓰리즘적 행위인지 묻고 싶다.

올해 들어 각 자치단체들마다 총액인건비 적용에 따른 공무원들의 증원 안건으로 각 지방의회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안양시의회는 최근 상임위에서 가결된 조직증원(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킨바 있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 상임위에서 가결시킨 안건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안양시의회와 상임위에서 부결시킨 안건을 부랴부랴 임시회를 소집해 집행부의 원안대로 가결시킨 남양주시의회를 보면서 많은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 창 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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