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안타까운 기업들

이 영 석 국립 한국농업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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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세운 창업주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수명을 다하면 죽는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기업들 중에는 수백 년이 지나도 살아 있고, 창업 당시에 비해서 크게 성장·발전해서, 때로는 그 사회로부터 ‘없어서는 안 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도 한다. 기업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렇게 ‘계속경영체로 살아남고, 나아가 성장·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첫째 목적인 계속경영체란 오래도록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목적은 이를 바탕으로 성장·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발전에만 집착하여 성장·발전의 절대적 기반인 ‘존립’을 소홀히 하여 모래성을 쌓았던 기업들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또한 ‘이윤 극대화’를 기업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해온 많은 기업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반짝’하고 떴다가 사라지는 것도 자주 보아왔다.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벌어들인 ‘돈’은 계속경영체로 살아남고 성장·발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돈은 왜 벌어야 하는가? 그때그때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든 “쓰려고”가 정답이다. 지금 당장에 쓰든, 모았다가 나중에 쓰든, 쓰기 위해서 벌어야 하는 것이 돈이라는 말이다. 어딘가에 쓰여 지기 위해서 필요한 돈은 그래서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돈은 쓸 만큼 버는 것이 목표다. 쓸 일이 많은 사람들은 많이 벌어야 하고, 많이 번 사람들은 그만큼 큰일도 많이 감당해줘야 한다. 쓸 일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벌어서 잘못 쓴 사람들이나, 쓸 만큼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많은 불행한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법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아닌데도 법적으로 사람의 격을 인정받은 기업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많이 벌수록 좋다는 식으로 많이 벌려고만 하거나, 쓸 만큼도 못 벌거나, 많이 벌어도 그만큼 큰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를 억제하여,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고, 돈 거치는 곳들을 넓혀서 모두가 더불어 잘살게 해야 한다.

돈은 기업이 계속경영체로 살아남고 성장·발전하기 위해서 벌어야 하는 것이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많은 기업들의 요즈음 행태를 보면, 상당수 기업들이 목적과 수단을 혼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계속경영체’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돈과 사람과 기술에서 비롯되고, 이들은 모두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에 ‘사람’이 곧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다. 달리 말하자면 기업경영은 돈관리, 사람관리, 기술(제품)관리가 관건이며,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이들은 모두 사람관리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이다. 제품도 사람이 만들고, 돈도 사람이 버는 것이다.

종업원을 내 식구로 대하고, 성장의 열매와 기쁨을 함께 나누고, 고난과 위기도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내 식구’ ‘내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도 기업은 새로운 일거리, 즉 신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지 못하면 ‘계속경영체’로 살아남기 어려운데, 자기 종업원들을 반드시 제압해야 할 적이나, 반드시 막아내야 할 도둑처럼 대한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독일은 비교적 장수기업이 많고, 가족경영기업도 많다. 그리고 하나나 두 가지 제품에 전념하여 세계적으로 정상급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나라다. 그런데 이러한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종업원이 100여명이 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100여명이 넘으면 기업주가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기가 어렵고, 그렇게 되면 종업원이 인건비라는 연료를 넣어줘야 작동하는 기계처럼 생각하게 되기 쉽고, 그래서 그 분야 최고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없게 되면, 결국은 ‘계속경영체’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회만 되면 떠나려는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일수록 가족같은 종업원은 적을 것이고, 인건비 절감으로 당장의 ‘이윤극대화’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런 기업이 오래도록 살아남고, 자자손손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다면, 기업도 아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 석 국립 한국농업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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