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더 문’ LA 공연을 보고 - '뷰티풀 코리아, 원더풀 태권도!'

최 여 정 경기도문화의전당 마케팅팀
기자페이지
해외겨냥한 공연… 외국인들 “역동적이며 아름다워”

배경막이 쳐진 빈 무대에 가부좌를 틀고 홀로 앉은 노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서 시작된 공연은 노인이 휘두른 긴 빗자루를 따라 배경막에 수묵화가 번지면서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긴 구음의 박자에 맞춰 태권도 수련장면이 이어지고 청년과 여인의 사랑장면에선 영상으로 처리 된 나비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두 남녀의 사랑은 악의 무리에 의해 여인이 납치를 당하면서 위험에 빠지고 태권도를 수련한 청년이 여인을 구하기 위해 악의 두목과 대결을 벌이지만, 결국 여인은 칼에 맞고 청년과 악의 두목 또한 치명타를 입고 동시에 쓰러진다.

지난 20~21일 이틀 동안 미국 LA 한인타운 윌셔 이벨극장(Wilshare Ebell Theatre) 무대에 올려진 넌버벌 퍼포먼스 ‘더 문’의 첫 해외공연은 현지인들을 비롯 LA 거주 한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자리였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제작한 태권도 퍼포먼스 ‘더 문’은 지난 2005년 초연 당시부터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를 소재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다. 이후 3년 동안 서울, 수원, 해외 쇼케이스(일본) 등지 무대를 통해 작품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LA 공연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등 라이센스 뮤지컬 수입 및 제작 등으로 해외 콘서트 노하우가 있는 설앤컴퍼니(설도윤 대표)와 함께 공동 진행했다.

LA 한인타운 윌셔가에 위치한 윌셔 이벨극장은 1천100석 규모로 지은 지 70년이 지난 오래된 공연공간으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국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들도 자주 열려 LA 거주 한인들에겐 인기가 높은 곳이다.

지난 20일 밤 8시와 지난 21일 오후 3시와 7시30분 등 모두 3회 공연으로 선보인 ‘더 문’은 매회 평균 800명 이상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더 문’ LA공연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장면은 청년들이 부채를 들고 태권도를 수련하는 장면과 힘찬 북소리에 맞춰 격파시범을 성공시키는 대목이었다. 태권도의 품새 시범과 함께 격파를 선보이는 장면은 지난 한국공연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점에 비춰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낸시 드라이버는 “아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어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러 왔다. 태권도가 무술인줄만 알았는데 이처럼 무대에서 공연으로 보게 되니 너무 아름다웠다”라고 말했다. 교민 김춘수씨는 “한국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부채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3년을 잠재운 태권도의 에너지를 LA에서 폭발시킨 ‘더 문’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이번 첫 해외공연을 앞두고 많은 이들의 걱정과 염려가 뒤따랐지만 LA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해외 관객들의 시각에서 바라 본 국내 관객들과는 다른 평가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추후 작품의 향방도 가늠할 수 있었다. LA 공연 마지막 날 공연을 끝내고 나왔을 때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선선한 바람 가득한 밤 하늘에 ‘더 문’이 빛나고 있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