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구조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의 형태를 말한다. 시장구조가 경쟁적인가, 혹은 비경쟁적인가를 구별하는 기준은 시장에 참여하는 개별기업들이 어느 정도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개별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면, 기업은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의 시장구조는 비경쟁적인 시장구조로서 독과점기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개별기업들이 시장을 전혀 지배할 수 없다면, 어느 한 기업이 생산량을 조절하더라도 상품 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때의 시장구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경쟁적인 시장구조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판매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개별기업들의 행동이 상호 경쟁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 시장구조가 경쟁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와 GM대우는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가전제품시장과 자동차시장이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삼성이나 LG 두 회사는 각각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가전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으며, 현대와 GM대우 역시 자동차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 간에 서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더라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개별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산업은 비경쟁적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라도에서 쌀을 생산하는 농부와 충청도에서 쌀을 생산하는 농부는 쌀을 팔기 위해 아무런 경쟁을 하고 있지 않으며 경쟁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어느 한 농부가 쌀 생산량을 줄였다고 해서 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농부도 쌀시장을 지배할 수 없으며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 쌀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시장구조를 경쟁적 시장구조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시장구조는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지배되는 독과점시장이거나 음식점, 미장원 등과 같이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독점적 경쟁시장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독과점시장이 어느 한 기업이나 담합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시장원리란 냉엄한 시장경쟁에 의해 상품을 생산하고 배분하자는 원리를 말한다. 시장에서 펼치는 기업들의 경쟁은 다른 기업들을 못살게 구는 경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할 것인가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스마일운동도 벌이며, 때로는 위험을 무릅쓴 뼈를 깎는 혁신운동을 펴기도 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이윤이라는 보너스를 얻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산하게 된다.
최근 건설업체들이 공사입찰 시 담합을 시도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과징금을 물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설탕을 생산하는 업계는 40여 년 동안 가격 담합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하려면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게임의 룰을 지킬 뿐만 아니라 두 경제주체 간의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무수히 많은 소비자들은 스스로 담합할 힘도, 그리고 동기도 별로 없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독과점시장에서 비록 위험은 따르더라도 성공보수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담합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더 강조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임 덕 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