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의 절반은 갈아엎어 밭으로 만들었다. ‘生産報國’(생산보국)을 한다는 것이다. 밭 작물 농사는 학생들이 도맡았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분뇨를 통에 퍼 담아 어깨에 둘러메어 옮기고는 밭에 뿌렸다. 지지대子가 일제말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포플러나무에 올라가 꽃처럼 돋은 솜털 같은 걸 따기도 했다. 낙하산을 만든다는 것이다. 산에서 소나무 뿌리를 캐어 드럼통 같은데에 고와 송탄기름을 짜내기도 했다. 군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그 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여덟살에 입학했으니까 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과 나이가 같은 또래다. 수업은 오전에만 하고 오후에는 운동장 농사, 포플러나무 솜털따기, 송탄기름 일로 보내곤 했다. 게으름을 피우면 황국신민(皇國臣民)을 들먹이는 일본인 교사의 체벌이 죽도(竹刀)로 가해졌다.
학교 생활에서 우리 말을 쓰면 ‘후쿠로 다타키’(친구가 책보자기를 머리에 씌워 누가 때린지 모르게 떼거리로 군밤질을 가하는 것)를 시켰다. 학생들은 장난삼아 멋모르고 좋아 하지만 학교측은 그게 아니다. ‘國語常用’(국어상용)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국어는 일본어였던 것이다.
매월 8일은 1941년 12월8일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 2차대전을 일으킨 것을 기념하는 이른바 ‘다이쇼 호타이비’ 날이다. 그날은 신사(神社)를 참배해야 했다. 그땐 차렷 자세에 손바닥을 쫙 펴야 하는데 겨울철에 추워 손이 굽으면 어김없이 회초리가 날아들곤 했다. 이외에도 징병으로 군대에 끌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역까지 나가 환송하는 일이 잦았다.
아마 지금 초등학교 4학년 또래들에게 분뇨통을 메고, 포플러나무에 올라가고, 소나무 뿌릴 캐는 일을 시키면 부모들이 기겁을 할 것이다. 또 또래아이들도 그런 일을 감당 못할 것이다.
지금의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자녀가 죽도나 회초리로 매맞는 것을 보면 야단날 것이다. ‘후쿠로 다타키’ 당하는 것을 보아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제62주년 광복절이다. 1945년 8월15일 2차대전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주권을 회복한지 어언 반세기가 훨씬 넘었다. 그날, 기억되는 것은 학교 안가도 된다고 해서 일 안해도 되기 때문에 좋아했던 추억이다. 일제 치하를 모른 사람들에게 일제의 식민지 교육이 어떠했는 가를 알리기 위해 어린 시절 그들에게 겪은 체험담 몇가지를 간추려 써봤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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