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과 문화지수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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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방에서 ‘중앙’이라고 하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아울러 표현하는 말이다. 그중에서 ‘수도권’은 냉정히 보면 ‘경기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중앙이라고 하면 ‘서울과 경기도’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중앙’은 항상 상대적 상위 개념의 상징성을 띠고 있고, ‘지방’이라고 하면 모든 면에서 열악하고, 취약한 사회경제성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러나 경기도는 “우리가 왜 서울의 변방처럼 간주되는 수도권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서울과 당당하게 경기도지, 싸잡아 수도권이라고 해서 마치 서울에 예속된 지역으로 불려지는 것을 못마땅해서 일 것이다.

수도권은 지방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 호사스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단점도 갖고 있는 지역이기도하다. 또한 먼 시각으로 보면 수도권은 지나친 인구집중으로 환경의 쾌적함과 함께 성장의 여력이 적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보면 지방은 경제 외적인 잠재력이 있을 수 있다.

감성과 이미지의

미래 사회 시작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농경시대-산업시대-지식정보시대를 거쳐 다시 과거로의 회귀성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덴마크 미래학연구소의 롤프 옌센 소장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미래의 사회를 감성과 이미지의 ‘드림 소사이어티’로 부르고 있다. 물질문명과 첨단 기술의 발달에 식상한 사람들은 옛날의 감성과 꿈을 찾게 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옛 적의 음식(Retroproducts)’들을 웰빙식으로 찾게 되는 것은 건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저변에는 기 소르망도 얘기하듯이 당시의 문화와 필링(Feeling)과 감성의 맛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선은 산업화의 기반 구축이 절실한 것이 지방의 현실이다. 수도권은 이 점에서는 앞서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 인구구조의 다양성 때문에 단일 문화정신(Geist)이 미흡한 점이 있다. 그래서 경기도는 본래의 문화적 뿌리였던 ‘기전문화(畿甸文化)’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요즘 글로벌시대를 맞아 다문화 환경이 되면서 ‘문화지수(CQ:Cultural Intelligence)’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같이 다양한 인종이 모인 국가의 문화적 융합을 중시하는 데에서 비롯된 개념이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아지고, 다양한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여건에도 적용되는 가치이다. 문화지수가 높다는 것은 개방성과 평등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공동체의식이 안정돼 있다는 의미다. 지역의 연고주의는 문화지수와는 상반된 가치이다.

지역사회의 현대적

‘新문화’ 필요

한편, 지방은 수도권으로 인구유출이 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문화적 단일성이 유지될 수 있어 수도권처럼 문화 정체성의 혼돈과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본래의 문화를 기틀로 현대의 ‘신문화’를 창출해 내야한다.

사회문화체계 측면에서 수도권은 지방보다 더 CQ를 높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회 개방이 급속한 환경에서는 어디서나 묵시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식 속에서 폐쇄적 연고주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국가·지역·영역 간에 경계가 무너지는 글로벌시대에 CQ가 중시되는 이 때, 아직도 ‘○○출신’을 강조하는 의식부터 혁신하는 문화운동이 필요하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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