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爭 點 討 論> 비정규직 보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이랜드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랜드가 뉴코아와 홈에버의 비정규직 노동자 1천명을 대량 해고하면서 시작된 이 문제는 점거농성, 불매운동, 강제 연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란 이름 그대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일진대 왜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가 발생한 것일까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그 중간에 이랜드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비정규직 해고법’이 되고 있다며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며 노동계와는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일까요? 비정규직 보호법은 사회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비정규직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봅시다./김인규 상임연구원
<생각열기>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사태가 정부와 노동계의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사적(私的)인 사업장에 두 차례나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이랜드 노사분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적인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정당한 행위일까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생각열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 [상황]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홈에버와 뉴코아는 비정규직 노동자 천명을 대량 해고하였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이랜드 노동자들은 해고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7월 1일부터 20일 동안 매장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이랜드 사측은 매장 점거농성을 먼저 해제하지 않으면 노조와의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 7월 20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뉴코아 강남점에 46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매장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이랜드 노조원들을 전원 연행했습니다. 경찰은 연행된 노조원들에 대해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노사분규 중인 사업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 [시민 반응]
[시민1] 점거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40이 넘은 아줌마들이에요. 아이들 학원비라도 마련해 볼까 해서 현금계산원으로 취직한 거죠. 그들이 하루 8시간 내내 현금계산대에 서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며 일해서 받는 월급이 고작 80만원이에요. 그런데 그것마저 하루아침에 아무런 이유 없이 잘린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그런 아줌마들에게 경찰 투입은 벼랑 끝으로 내모는 꼴 아닌가요?
[시민2]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매장을 점거하며 20일 넘게 영업활동을 못하게 하는 건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농성을 강제 해산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봐요. 불법행동을 정부가 좌시할 수는 없잖아요. 또 경제적인 손실도 생각해야죠.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되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함께 토론해봅시다.
명제Ⅰ. 비정규직의 확산은 기업이기주의로 빚어진 심각한 사회문제다!
YES (악화시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50%를 넘고 있다. 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분야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말이며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 수준의 50~60%만 받고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나마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를 조직해 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확산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을 방치하면 사회혼란과 분열, 계층 간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내수 성장기반까지 무너뜨릴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전담시키며 위기를 극복하려 한 기업들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기업 차원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로 내맡겨서는 안 된다.
NO (개선시켜) 비정규직의 확산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은 세계화 속에서 경쟁 우위를 위해 고용을 시장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의 변화는 고용 환경의 변화를 야기했으며 이에 따라 평생직장, 평생고용의 개념이 무너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하니 비정규직 자체를 마냥 부인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을 적정 수준에서 활용토록 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이 용이해진다. 해고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손쉽게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유연성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비정규직 상황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비정규직의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자체에 대한 부정보다 이러한 현실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명제Ⅱ. 비정규직보호법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시킬 것이다!
-명제Ⅲ.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명제Ⅳ. 대량해고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당장 재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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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정규직이란 무엇인지부터 하나씩 짚어봅시다.
1.비정규직이란 무엇인가요?
정규직은 지극히 일반적인 고용 형태를 말해요.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주와 계약을 하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죠. 회사의 정해진 노동시간에 따라 일하며 임금 수준 역시 회사의 기본적인 급여체계나 직급에 따라 정해져요. 그에 반해 비정규직은 일정 기간 동안만 계약해 일하는 노동자를 말해요. 흔히 임시직, 계약직이라 부르기도 하죠. 정해진 기간만 일하며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일하는 파트타임직인 경우도 있어요. 또한 파견직의 경우도 일종의 비정규직인데, 파견직이란 일하는 기업에 직접 고용되어 있지 않고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있으면서 파견되어 일하는 경우예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수준이 낮고 복지 차원에서도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또한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곤 하죠. 우리나라에는 IMF 이후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 사회문제화되고 있어요.
2.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비정규직은 늘기 시작했어요.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건비 부담이 큰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임금이 적게 들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은 늘리게 된 것이죠.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만 하더라도 570만 명이며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37%에 달하는 규모예요. 그리고 지금도 비정규직은 꾸준히 늘고 있죠. 노동계는 노동자 중 800만 명 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3.비정규직 급증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요?
사실 오랜 기간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맞아요. 그래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죠. 하지만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고용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있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고 사회보험가입률은 40%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는 일한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죠. 또한 비정규직 확산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그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어요. 그 결과 정부와 경영계, 일부 노동계가 6년이 넘게 논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물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아요.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화 시대에 쉽게 해고되고 다시 재고용되는 고용 유연성 확보가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를 통한 고용 유연성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4.비정규직 보호법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나요?
비정규직 보호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첫 번째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처우를 금지하고 있어요.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여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어요. 세 번째는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대신에 그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에요.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여 사회양극화 해소와 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5.비정규직 보호법은 왜 논란이 되고 있나요?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년 이상 고용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노동계는 이 조항이 그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2년마다 대량 해고를 양산시킬 것이라 주장해요. 이번 이랜드 문제 역시 계약기간 2년을 앞두고 1천명의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시키면서 발생했죠. 노동계는 이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해 비정규직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또한 차별금지 조항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해요. 그 기준이 추상적이고,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피해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경영계 역시 비정규직 보호법에 불만이 많아요.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죠. 비정규직 문제는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되기 힘들며 법은 최소한의 규칙만 정하고 기업의 자율에 맡길 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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