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요금을 인하하려면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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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휴대전화 요금이 지나치게 과다해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의 월 통신비 부담은 13만5천원으로, 외식비, 교육비, 교통비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통신비의 60% 이상이 휴대전화 요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MC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해 가계지출 중 통신비 비중은 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3.5배다.

중고생의 경우도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이 자신의 용돈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YMCA에 따르면 중고생의 한 달 휴대폰 요금은 3만 8천414원으로 평균 용돈 3만 1천35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높은 휴대전화 요금에 시름하는 동안 이동통신사는 매년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매출 10조 6천510억원, 영업이익 2조 5천844억원, 당기순이익 1조 4천466억원을 달성했다.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매출 5조 2천200억원, 2조 9천541억원, 영업이익 6천687억원, 4천165억원을 실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률은 15.0%로, 국내 기업 평균 5.2%의 3배에 육박하고 직원들의 봉급도 우리 나라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휴대전화 시장이 3개사에 의해 장악된 독과점 시장 구조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요금이 경쟁 시장보다 높고 되고, 업계가 막대한 초과이익을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동통신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으로 희희낙락하는 동안, 우리 나라 소비자들은 높은 휴대전화 요금에 허리가 휠 정도의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볼 때도 소비자들이 높은 휴대전화 요금을 내기 위해 다른 상품의 소비를 줄이고 있어 내수 진작이 어려운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업계는 거짓 통계를 통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휴대전화 요금을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청소년 대상 요금제를 적용하여 우리 나라 휴대전화 요금이 외국보다 비싸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는 실제를 가리고 국민을 호도하는 비도덕적 행위로 정확한 비교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휴대전화 요금이 높은 이유는 불합리한 정책과 규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독과점 구조 하에서 지배적 사업자는 가격 인하를 선도하지 않기 때문에 담합적 구조로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다시 말해 SK텔레콤은 과도한 가격경쟁을 촉발하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KTF, LG텔레콤 등은 SK텔레콤이 정한 가격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휴대전화 가격이 인하되기 위해서는 신규통신 사업자의 진입이 우선 허용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3사가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는 시장 구조에서는 가격경쟁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통신사업자의 망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가격인하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시장을 경쟁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신규 망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허용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정보통신부가 규제하는 요금 제도를 업계 자율로 하여 가격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업체간 가격 담합을 방지하고 경쟁적 가격을 유지시키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강력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휴대전화 요금이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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