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논술

<쟁 점 토 론>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사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 흔한 소재입니다. 드라마, 영화, 문학작품, 광고에서는 온통 사랑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흔해 식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사랑이 인류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설렘이나 뜨거운 열정 같은 어떤 특별하고도 좋은 감정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랑을 두고 고통이나 인내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사랑이란 지극히 자연스럽고 근원적인 감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도 많이 접합니다. 이웃을, 인류를, 이 세계를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적 차원의 요구입니다. 모든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넓게 보아 사랑이 의무인 경우가 있을까요? 그러한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김경미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사랑을 소재로 한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랑이 그처럼 많은 예술을 낳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사랑이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에 대한 정의도 아주 다양합니다. 여러분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사랑이란…

다음은 사랑에 관한 명언들을 모은 것입니다. 이를 읽고 물음에 답해봅시다.

사랑이란 마치 열병 같아서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생겼다간 꺼진다.(스탕달)

사랑은 규칙을 알지 못한다.(몽테뉴)

사랑은 삶의 최대 청량, 강장제이다.(피카소)

모든 사람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묵가)

사랑의 본질은 개인을 보편화하는데 있다.(콩트)

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톨스토이)

사랑은 의지의 실천이다.(M.스코트 팩)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다. 헌신에 의해 사랑은 자란다.(로버트 스티븐슨)

사랑의 손길이 가장 적게 닿는 곳에 가장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칼릴 지브란)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발자크)

사랑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도스토예프스키)

▲Yes No

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사랑은 의무일 수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사랑이 의무일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의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지 함께 토론해봅시다.

명제Ⅰ. 사랑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 행위다!

-Yes(있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무엇을 돌려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사랑을 베풀 때 상대가 그만큼 사랑으로 나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본래 그 근원적 활동에 있어 타자를 위한 조건 없는 정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대상에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이러한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때론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버리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인류애도 헌신적인 사랑의 한 예다. 사랑이 이타적 행위라 함은 자신의 이기적 욕구를 억누르고 자제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자연스런 감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사랑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강한 의지로 행하는 사랑의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해 헌신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 각인시킨 결과이다.

-No(없다) 사랑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상호적인 감정이다. 물론 짝사랑과 같은 일방적인 사랑도 존재하지만 이는 불완전한 상태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더욱 배가 될 수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아 부모의 일방적인 헌신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부모 역시 자식이 보내는 사랑의 눈길이나 작은 행동으로 보상받는다. 물론 그 행위가 보상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은 순수하게 일방적으로 주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다만 사랑을 일방적인 이타적 행위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부단하고 자연스런 상호작용이 사랑이며 그러한 사랑이야말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헌신이나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생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의 순수한 마음과 무조건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은 의지에 지배되지 않는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마음이 진정한 사랑을 가능케 한다.

교과서 속으로!

통합형 논술대비를 위한 코너입니다.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어떻게 심화·확대되었는지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해봅시다.

<가> 공동체 의식이란,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한 마을조차 공동체가 되기 어렵고 반대로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세계 전체가 공동체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은 공동체의 개념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일체감’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 감정쪹’, ‘역할 감정**’, ‘의존감정***’으로 구성된다.

* 우리 감정 :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하나 됨을 느끼는 것

** 역할 감정 : 구성원 각자가 공동체 안에서 의미 있는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 의존 감정 : 구성원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는 것-고등학교 도덕_교육인적자원부_68~69쪽

<나> 간디 사상의 요체인 비폭력주의는 하나의 유효한 정치적 투쟁 수단이기 이전에 근원적으로 만유의 법칙을 사랑으로 파악하는 위대한 종교적, 철학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폭력주의 운동은 결코 수동적인 저항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악에 대한 보답을 악으로 하지 않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는, 거의 불가사의하게 깊고 부드러운 영혼 속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적 행동이었다.

*만유(萬有)의 법칙 :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

-고등학교 국어(하)_교육인적자원부_242쪽

<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실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고등학교 국어(상)_교육인적자원부_240쪽

1 [가]에서 나타난 공동체 의식과 [나]의 간디 사상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을 써봅시다. 2 [나]의 간디와 [다]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공통점을 적어봅시다. 3 간디와 [다]의 시적 화자가 행한 사랑이 의무적인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그 이유를 말해봅시다.

<쟁 점 이 술 술~>

사랑이란 자연스러운 감정일 텐데 왜 의무일 수 있다는 물음이 나온 것일까요?

사랑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며 토론에 앞서 그 배경을 알아봅시다.

1.사랑이란 무엇인지 정의 내려 주세요.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에요. 하지만 제한된 분량에 정의를 내려야 하는 사전에는 사랑의 다양한 속성과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어요. 고등학교 시민윤리 교과서에서는 사랑을 “영혼 속에 감추어져 있는 열정을 활성화시키는 정신적인 힘”이라 정의하고 있어요. 어찌됐든 사랑이란 작은 설렘의 감정에서 시작해서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선 그 무엇이며, 열정을 부여해 강한 실천에 이르게 하는 힘을 의미해요. 사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류를 지탱해 온 힘이며 동물과 다른 생활을 가능케 한 요인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진정 인간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랑을 느끼는 열정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정신이 황폐화된다고 말하죠. 사랑은 미움의 대립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인 생명의 원리로 볼 때 그러한 감정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사랑의 감정이나 대상, 방식 등이 모두 달라 사랑을 정의 내리긴 쉽지 않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는 데는 모든 종교나 문화권에서 공히 인정하는 점이에요.

2. 사랑에 대해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랑을 뜻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며 꼭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한정짓기 힘들어요. 이는 사랑이 다양한 인격적 교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랑의 대상 및 방식, 교제 형태는 모두 다르고 매우 다양해요. 또한 개별 주체들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 역시 미묘하게 달라 그 감정이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쉽지 않죠. 사랑이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처럼 사랑이 다양한 유형을 지니고 있으며 개별 사랑마다 미묘한 감정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3. 사랑에는 얼마나 다양한 유형이 있나요?

흔히 사람들은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구분하기도 하며, 홀로 하는 짝사랑을 별도로 취급하기도 해요. 서양에서는 사랑을 세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에로스(eros)’라 말하고 정신적·인격적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와 성스럽고 은총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아가페(agape)’로 구분하죠. 서양과 달리 동양의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하지 않아요. 친구 사이의 우정(信), 부모 자녀 사이의 자애(慈愛)와 효(孝) 등은 일방적인 관계라기보다 호혜적인 관계를 의미해요. 공자는 이러한 사랑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나는 것을 인(仁)이라 말했어요. 그 외 사랑에는 동물에 대한 사랑, 자연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사랑을 비롯, 비인격적인 대상에의 사랑도 있어요. 일에 대한 사랑이나 음악에 대한 사랑 등 비정형적인 대상을 사랑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이번 토론에서는 인격적 대상에의 사랑만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로 해요. 남녀 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 등을 모두 포괄해서 논의하는 것이죠.

4.‘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남녀의 사랑을 포함해 모든 개별적인 사랑이 항상 의무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사랑에는 책임과 희생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요. 특히 자녀에 대한 사랑과 효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의무인 것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또한 우리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거나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죠. 이런 경우 사랑은 하나의 의무로 인식될 수 있어요. 물론 이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있어요. 사랑은 의무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랑이 의무가 될 때 구속으로 변질되고 진정한 사랑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해요. 그들에게 사랑은 본능이자 열정이고 감정적 차원의 어떤 것인 셈이에요. 반면 사랑이 의무일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은 사랑이 온전히 감정적 차원의 것은 아니며 이성적 판단이 결합될 때 온전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요. 인류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인 만큼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5. 의무는 강제적인 속박 아닌가요?

의무란 어느 정도의 강제나 구속을 수반할 수밖에 없죠.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의무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예요. 사회의 유지나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도덕이자 윤리적 차원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죠. 기독교에서도 그런 차원으로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사랑을 의무로 설정하고 있어요. 이는 권리의 반대 개념으로 법률적인 구속이 작용하는 의무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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