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선두주자 손학규가 1 대 8의 집중타를 당했다. 어제 발표된 예비경선에서 4명이 떨어져 나갔으니 이젠 1 대 4, 특히 친노파 3명의 집단 견제를 받을 것이다.
토론회 때마다 그가 당한 공격은 한나라당 탈당 그리고 평소 지닌 생각이 한나라당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있으면 영판 3등에 머물것 같아 경선 불복보단 탈당 카드를 선택한 것은 사실이다. 그가 대권의 웅지를 펴기 위해 탈당을 했으면 탈당의 원죄에 대한 비난은 감내하는 것이 대도로 가는 정치인다운 금도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관련한 그밖의 비난은 어의가 분명치 않다. 보수진영으로 분류하지만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의 담장은 상대적 개념이다. 이에 한국적 분류의 경계로 친북, 반북을 들지만 이도 상대적이다. 반공주의나 우리식사회주의는 한 시대를 넘긴 낡은 이념이다. 지금은 ‘실사구시’의 시대다. 손학규는 평양 근교에 대단위 경기도협업농장을 세웠다.
손학규가 친노도, 비노도 아닌 반노인 점에서 그같은 분류를 한다면 그건 맞다. 민주신당 경선주자들과 그가 한 자리에 있는 화면을 보노라면 좀 생뚱맞은 시각이 든다. 9명 중 손학규를 제외한 8명이 이젠 친노, 비노로 나뉘었지만 당초엔 노무현 정권의 사람으로 같은 태생인 것이다. 친노도 비노도 아닌 반노의 선두는 집중타를 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실에 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탈당파, 선진평화연대, 미래창조시민사회 등이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간판을 단 것이 대통합민주신당이다. 일명 ‘도로열린우리당’이기도 하다. 이 정권이 ‘도로열린우리당’을 만들긴 했지만, 신당이 열린우리당의 적통 적자이길 거부하는 것이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세력의 고민이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31일 당소속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정부의 분배위주정책과 교육평준화정책에 대한 방향 전환을 검토한다’는 것이 정책기조 발제의 요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손학규가 1위를 현격한 차이로 앞서 달리면서 친노 주자들은 줄줄이 열세를 면치못한 경선 판도는 노무현 사람들에게 정치적 위기감을 안겼다. “가슴 저 밑에서 분노와 서글픔이 밀려온다”는 안희정의 말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노무현의 최측근인 그는 손학규·정동영이 예비경선 1·2위를 다툰데 대한 속내를 그같이 밝혔다.
엊그젠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 그쪽에서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는 노 대통령 말은 손학규의 지지세력이 팽창하는 것을 둔 불만이다. 이에 대한 역공 또한 만만찮다. 손학규는 ‘40일 동안 조용해서 나라가 좀 편해지나 했더니 또 시작한다’며 ‘노 대통령은 제발 대선판에서 비껴서달라’고 맞받아 쳤다.
이른바 ‘손님론’은 정체성 논쟁이다. 손학규는 범여권의 손님이라는 청와대측 말에 캠프측에서는 신당 창당의 주역이라고 공박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든 4개 주체 가운데 선진평화연대는 손학규가 이끈 정치세력이다. 다만 손학규가 범여권에 든 게 눈에 아직 익지않을 뿐, 신당 창당 참여는 부인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제부터다. 4명을 걸러낸 본경선 경쟁 대열은 5명 중 친노파가 3명으로 수적으로는 단연 우세하다. 반노파 손학규, 비노파 정동영, 친노파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이 벌이는 본경선은 필연적으로 ‘합종연횡’이 예견된다. 친노파는 이변이 없는한 한명숙과 유시민이 이해찬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화 옹립이 가능하다. 이해찬은 총리시절 노 대통령으로부터 ‘찰떡궁합’이라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로 총애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궁금한 것은 손학규가 본경선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혔을 경우, 노무현 사람들이 손학규의 최종 승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로서는 실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승부사 기질이 몸에 밴 그들은 온갖 선거꾼 기량을 혼신의 힘을 다해 쏟을 것이다.
손학규는 친노파의 그같은 과정에서 샌드백처럼 집중타의 표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재도 잘못쓰면 독약이 되고 악재도 잘 쓰면 양약이 된다. 기전문화의 정수는 모든 것을 소화하는 중용이다. 중용은 ‘실사구시’의 요체다. 집중타를 두려워할 것은 없다. 손학규는 맞을수록 클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본선 흥행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이 대목에 있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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