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장에선 웃지 못할 희극같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여성회원 20여명이 방청석에 흰마스크를 쓰고 빨간 도화지를 두 손에 번쩍 들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각, 배철호 의장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일산역 광장부지 용도변경 특혜의혹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 변명성 해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시민단체의 무언의 항의는 그런 해명조차 싫다는 형국이다. 스포츠 시합이면 퇴장감이다.
이날 개최된 임시회 역시 배 의장이 진행했다. 본인 때문에 시의회가 열렸는데도 말이다. 이날 임시회 안건은 특위 구성이었다. 당연히 사회는 부의장에게 양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근거림이 방청석 여기저기서 나왔다.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사안인데도 배 의장이 너무 안이하게 상황을 본다는 것이다.
배 의장은 “땅을 판 돈이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서민들은 평생을 벌어도 1억원을 만지기 어렵다. 하물며 몇번의 매매로 수십억원을 벌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더욱이 오는 2009년 6월 경의선 복선화가 개통되면 부근이 개발돼 더 큰 돈이 된다고도 했다. 앞으로 많이 오를 것을 알면서도 팔았는데 억울하다는 하소연이다. 부동산을 몇달만에 사고 팔아 큰 돈을 만졌다면 이것은 땅투기의 전형이다. 그런데도 잘못이 없다는 말은 강변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공인으로서 책임감이 전혀 없는 자기변명의 공허한 메아리라는 지적이다.
자신의 행위로 여론이 들끓고 임시회가 열렸다면 자숙의 태도를 보여야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한 반성과 자신을 둘러보는 자기성찰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이 승 환 ls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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