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굿, 전통의 경계 허물다

경기문화재단 ‘굿 음악제’를 보고

“우리 굿음악이 이렇게 흥겹고 즐거운지 미처 몰랐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굿음악제에 출연한 록 밴드 크라잉넛의 보컬 이상면씨의 소감이다. 특히 지난 15~16일 굿음악제 기간 중 무박으로 열린 ‘소리굿난장’은 전통연희와 현대음악이 만난 무대였으며, 경기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났다. 특히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굿판이 재즈와 록 등과 만나 진한 울림을 선사한 자리였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운맞이 대동굿’에선 김매물 만신 주도로 정통 황해도굿이 걸판지게 펼쳐졌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삼삼오오 모여든 관람객들은 신청울림, 상산맞이, 초부정, 칠성, 타살, 대감 등의 굿거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흥겨운 가락과 만신들의 축원덕담에 정성스런 예를 표하며 우리네 삶과 함께 했던 샤머니즘의 정수를 만끽했다. 이어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의정부시청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소리굿난장’은 굿음악과 대중음악의 통쾌한 만남이었다. 강오단오굿과 작두타기(황해도굿), 전라도시나위, 경기소리(신시예술단), 경기도당굿 등의 전통연희가 펼쳐졌고, 씻김굿과 재즈시나위, 경기민요와 칸초네·팝송의 만남, 경기소리창법으로 재해석한 정가 등 전통선율을 접목시킨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굿음악제는 경계를 허물었다. 무대와 객석, 공연자와 관람자, 주최와 객체를 넘어 한국인이 지닌 여유로움과 넉넉한 인심을 되살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굿이 지닌 원초적 생명력을 대중음악에 접목시켜 그 성장 가능성을 조명했고, 전통문화의 멋과 흥을 아끼고 사랑하는 도민들의 끼와 재주를 한데 결집한 것 또한 고무적이었다. 전통문화가 지닌 화합과 상생의 이치를 되살릴 수 있는 지자체의 정책 마련과 기회의 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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