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가 수리산 등산로 이용을 둘러싸고 ‘건각’(健脚)과 ‘페달’의 갈등을 풀기 위해 고심 중이다.
무거운 다리를 끌어올리며 내딛는 등산객과 그 틈새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MTB동호회원들. 이들이 앞다퉈 산행을 즐기면서 종종 아귀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군포시 홈페이지 정책토론방에는 이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군포시는 이달 한달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갈등의 물꼬를 트기 위한 주민들의 화두는 대체로 ‘배려’다.
페달을 밟는 권리와 걷는 권리, 모두 수리산 정기를 마시기 위한 것이지만 산행도 마치기 전에 부딪히는 쇳소리는 모처럼 즐기는 웰빙에 찬물을 끼얹기 마련이다.
어떤 주민은 벨소리를 미리 내라거나 “실례”를 외치거나 속도를 확 줄이라고 말한다. MTB 이용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걸라고 하고 시정홍보 표지판을 이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려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자는 산뜻한 주민도 있다. 하지만 네티즌 거개가 끝무렵에는 ‘배려’로 귀결했다. 바쁜 일상에 쫒기는 이기주의를 꼬집은 것이다.
수리산 이용객은 하루평균 1만3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달이면 군포 시민들 모두가 산행을 즐기는 셈이다. 군포시가 지난 12일 시청에서 마련한 대화의 장에는 양측 대표격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여기서도 서로 양보하자는 성숙한 결론이 나왔다.
해법은 간단하다. 수리산행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인사하면 어떨까. “안녕하십니까”라고. 그러는 사이 걸음도, 페달도 느려질 법도 하다. 산행방법은 법이나 규제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되레 반목과 질시만 깊어질 뿐이다.
이번 토론은 토론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더 이상은 말꼬리를 잡는 식이 될 우려가 크다. 시는 푯말을 세우되 문구는 ‘배려’ 두 글자로 족하다.
이 정 탁 jt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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