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번엔 '임진강' 대신 '아리랑'이다. 2006년 국내 개봉한 일본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는 '자이니치(在日)'라 불리는 재일동포 2세의 애환과 희망을 다루면서 애틋한 노래 '임진강'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에까지 손을 뻗었다.
1년반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 속편 '박치기 러브&피스'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쫓겨나듯 고향을 등지고 일본으로 흘러든 재일동포 1세의 삶을 파고들면서 한 서린 우리 민요 '아리랑'을 들려준다.
시대적 배경이 6년 뒤로 넘어가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박치기!'가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유쾌한 청춘영화였다면 '박치기 러브&피스'는 전쟁영화에 가깝다. 이번 영화에 나오는 1세는 태평양전쟁 한가운데 내던져져 있고 1970년대를 살아가는 2세의 삶도 폐쇄적인 사회에서 벌이는 또 하나의 전쟁이다.
피가 범벅이 된 난투극 등 활극적인 요소는 이번 영화에도 변함없이 나오는데 그 액션과 스케일은 변화한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큰 폭으로 커졌다.
1968년 박치기 하나로 교토의 고등학교를 평정했던 리안성(이사카 순야)과 예쁜 여동생 경자(나카무라 유리)는 6년 뒤 가족과 함께 도쿄에 살고 있다. 안성에게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겨 놓은 아들 창수(이마이 유키)가 있다.
창수는 알 수 없는 난치병에 걸려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 가족이 도쿄로 온 것도 창수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것이지만 소용이 없고 병원비 대기도 힘들어진다. 경자는 조카의 병원비도 대고 꿈도 이루기 위해 자이니치라는 사실을 숨긴 채 일본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한편 1940년대 안성의 아버지 진성(송창의)은 고향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마을 처녀들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가운데 진성도 다른 청년들과 함께 전쟁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진성은 친구 몇 명과 함께 필사적으로 달아나 배에 오른다.
이번 영화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의 폭발도 눈에 띄게 커졌다. 그러면서 영화는 1편의 결말에서 제시했던 희망에 다시 의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주지도 않는다. 2세들은 과거를 되짚고 앞으로 나아갈 채비를 갖췄지만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즈쓰 감독은 이에 대해 "1편에서의 1968년은 자유와 개방에 대한 허상 또는 환상이 있었지만 2편에서 그린 1970년대는 그것이 사라지고 폐쇄적인 일본 사회가 시작되던 시기"라며 "1편에서 (재일동포와 일본인의) 화합을 그릴 수 있었지만 2편에서는 그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민감한 소재를 유쾌하게 다룬 전작보다 무거워진 분위기와 감정의 증폭으로 인해 관객의 부담감이 훨씬 늘어날 듯하지만 일본 감독의 손과 일본 배우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영화를 관통하는 '아리랑'과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는 '임진강'을 불러 애틋한 감정을 더 가까이 전한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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