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할리우드 여배우 앤 해서웨이가 타이틀롤을 맡은 영국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은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픽션(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오스틴이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연애 사건. '셰익스피어 인 러브'처럼 문필가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필연적으로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한다.
영국 햄프셔주의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목사 부부의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제인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혼기가 꽉 찬 나이인데도 남자보다는 책과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해 부모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대도시 런던에서 변호사 시보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나타난다.
제인이 보기에 그는 겸손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오만함과 불손함을 가진 최악의 남자다.
산책길에서, 도서관에서, 무도회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그와 티격태격 신경전이 계속되지만 그런 느낌이 왠지 싫지만은 않다. 어느 순간부터 그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은 가눌 수 없이 뛰고 솟아오르는 영감으로 펜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제인은 '이것이 혹시 사랑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톰과의 연애 감정이 막 무르익을 무렵,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갖춘 귀족 집안의 자제 미스터 위즐리(로런스 폭스)가 제인에게 청혼, 제인의 집안은 가난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
'사랑이 밥 먹여주나'라며 위즐리와의 결혼을 종용하는 모친과 곧 런던으로 돌아갈 톰을 향한 애끓는 사랑 사이에서 번민하는 제인.
자신의 전부를 바칠 수 있을 것만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 제인은 결국 톰과의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는데….
'비커밍 제인'은 그동안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목가적인 아름다움과 영국 '가정 소설' 특유의 서정적 갈등구조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영국 시골마을의 목가적 풍광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고 아늑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유행의 첨단을 걷는 도회인의 세련된 이미지를 선보였던 해서웨이는 이번에는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번민하는 감수성 풍부한 18세기 영국 시골여성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소화해냄으로써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이기 짝이 없는 줄거리의 멜로 영화지만 줄리언 재럴드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해서웨이를 위시한 배우들의 싱싱한 연기는 플롯의 상투성을 잊게 만들 만큼 훌륭하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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