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원월드뮤직페스티벌 화려한 막 올려
(연합뉴스) 5일 밤 경기도 소도시 이천시의 설봉공원은 세계의 온갖 음악이 넘실대는 별천지였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이방 린스(Ivan Lins)는 자신의 히트곡을 윤상과의 협연으로 선보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노르웨이 출신 수산네 룬뎅(Susanne Lundeng)의 바이올린은 정수년의 해금과 어울렸다.
바로 옆 무대에서는 김도균그룹의 록 사운드가 울렸고, 베트남 그룹 비엣 듀오(Viet Duo)는 그들의 전통음악과 민요를 선보였다.
브라질, 쿠바, 세네갈, 노르웨이 등 13개국에서 온 20여 팀의 유명 뮤지션이 참여해 3일 동안 이어지는 2007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이 이날 오후 7시15분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5천여 명의 관람객(주최측 집계)이 찾은 이날 행사에서는 에콰도르인 4명과 한국인 한 명으로 구성된 그룹 로스 안데스(Group Los Andes)가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이들은 케나, 안타라, 삼포냐, 차랑고 등 국내 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안데스 지방의 전통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애수 어린 악기 음색이 오히려 흥겨운 리듬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진 '람바다(Llorando Se Fue)'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등이 흐르자 박수가 터졌고, 장윤정의 '꽃'을 연주하자 관객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이번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내한한 수산네 룬뎅이 이어 무대에 올랐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로 출발해 노르웨이 최고의 현대민속음악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국내에서도 3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뮤지션이다.
특히 그는 한국 해금 연주자 정수년과의 협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팬에도 귀에 익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동서양의 현악기로 재해석했다.
관객의 분위기는 윤상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은 미국 유학 등으로 오랜만에 공연 무대에 오른 윤상을 뜨겁게 환영했다.
자신의 음반 '클리셰(Cliche)'에 현지 연주자들의 남미 악기 연주를 담아 화제를 모은 그는 피아노와 기타는 물론 장구 등을 무대에 올려 독특한 음악을 펼쳤다. 정훈희와 유희열도 게스트로 각각 무대에 올라 '소월에게 묻기를'과 '우리 어쩌면 만약에' 등을 소화했다.
윤상은 "내 음악이 월드뮤직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엘 카미노(El Camino)' 등에서 실험적인 곡을 선보인 덕분에 내가 이런 무대에 선 것 같은데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보여줄 것을 약속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거장 이방 린스의 무대. 당초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지연된 터라 그를 보기 위해 남아 있던 300여 명의 '마니아'들은 어느 뮤지션의 무대 때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브라질 작곡가로 통하는 그는 '코메살 지 노부(Comecar De Novo)' '다킬루 키 에우 세이(Daquilo Que Eu Sei)' 등의 히트곡을 함께 내한한 밴드의 세련된 연주를 배경으로 소화했다. 매력적인 보컬과 건반 연주 실력을 뽐낸 그는 윤상과는 '사인두 지 밍(Saindo De Min)'을 협연했다.
이방 린스는 윤상과의 무대에 앞서 "두 달 전 윤상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훌륭한 작곡가라고 생각했다"면서 "다음에는 한국어를 배워 윤상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대 바로 옆에 분수의 물줄기가 솟구치는 등 운치가 있었고, 화려한 연주도 인상적인 무대였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이방 린스의 리허설 무대가 길어진 바람에 공연은 당초 예정 시간인 오후 6시보다 1시간15분이나 늦게 시작됐고, 각 뮤지션 사이의 준비 시간도 예상보다 긴 한 시간 안팎으로 소요됐다.
이 때문에 밤 11시에 시작할 예정이던 이방 린스의 무대는 이튿날 오전 1시50분에 마련돼 오전 3시10분에야 모든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공연이 끝난 후까지 서울행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상당수 관객이 예상치 못한 공연의 지연 때문에 곤란을 겪어야 했다.
6일에는 김수철을 비롯해 '브라질 삼바의 거장' 조르지 아라거웅(Jorge Aragao), 쿠바 최고의 인기 밴드 로스 방방(Los Van Van)이 무대에 오른다. 7일 세네갈, 아일랜드, 잉글랜드 등 다양한 국가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아프로 켈트 사운드 시스템(Afro Celt Sound System)이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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