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권지니, 한국 곡 담은 솔로 음반 발표
(서울=연합뉴스) 1980년대 한국 젊은이의 감성이 묻어나는 '사노라면'부터 한민족의 한이 고스란히 실린 '아리랑'과 통일의 열망을 담은 '철망 앞에서'까지.
한국인의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곡들이다. 이 곡들을 만약 한국인이 아닌 머나먼 유럽의 이방인이 연주하면 어떤 느낌이 전해질까.
프랑스의 정상급 재즈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Laurent Guanziniㆍ37)가 '사노라면' 등 한국 노래 3곡을 담은 첫 피아노 솔로음반 '트립 투 유(Trip To You)'를 발표했다.
그는 프랑스 스코틀랜드 독일 러시아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불리는 훌륭한 곡들을 골라 연주해 이번 음반에 담았다. 일종의 월드뮤직 명곡선집인 셈.
양희은이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불렀던 스코틀랜드의 '메리 해밀튼(Mary Hamilton)', 2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독일의 '릴리 마를린(Lili Marlene)', 멕시코 민요로 잘 알려진 '쿠쿠루쿠쿠 팔로마(Cucurrucucu Palom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노래는 전체 17곡 중에서 '사노라면' 등 3곡이나 실렸다. 들국화의 노래로 히트한 '사노라면'과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를 '섬데이(Someday)'와 '페이싱 더 바브드 와이어 펜스(Facing The Barbed Wire Fence)'로 재해석했다. 특히 '아리랑'에서는 완급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한국인의 정서를 잘 풀어냈다.
그는 클로드 볼링, 미셸 페트루치아니 등 거장과 함께 음악작업을 해 오면서 20여 장이 넘는 음반에 피아니스트 작곡자 편곡자 프로듀서 등으로 참여했다. 27살의 나이로 교수에 발탁돼 현재 프랑스 국립음대 재즈피아노과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일급 뮤지션이다.
특히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글을 읽고 발음하는 등 한국 문화와 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립극장 예악당에서 열린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공연'에서 강태환 김덕수 등 국악계 거장들과 더불어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 가락을 피아노로 멋지게 표현해 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당시 공연을 위해 2주 동안 연습실 칠판에 각종 국악 장단을 표시해가며 연습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더욱이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이번 음반의 전곡을 한국에서 녹음하는 성의까지 드러냈다. 안치환의 참꽃스튜디오에서 연습을 시작했고, 백석대학교 백석홀에서 녹음을 마쳤다.
그는 "지금까지 프랑스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콘서트와 음반녹음을 해 왔는데 한국에서 평소 내가 만들고 싶었던 콘셉트의 음반 작업을 구체적으로 제안해왔다"면서 "그 상황에서 음반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제 한국은 내게 특별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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