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등 한국 노래 3곡 담은 피아노 솔로 음반 발표
(서울=연합뉴스) 프랑스의 정상급 재즈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Laurent Guanziniㆍ37)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뮤지션이다.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인상적이다.
'사노라면' '아리랑' '철망 앞에서' 등 한국 노래 3곡을 담아 최근 발표한 피아노 솔로음반 '트립 투 유(Trip To You)'를 들어보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자 월드뮤직을 시도한 이번 음반의 수록곡 전곡을 한국에서 녹음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 과정에서 이런 한국 사랑과 섬세한 배려심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A4용지 5장에 영어 답변을 담아 보냈다. 일반적으로 해외 뮤지션이 이메일 인터뷰에 답할 때 A4용지 한두 장 분량의 답을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정성이다.
여자친구가 한국인인 그는 "음악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한국 국악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폭넓은 표현이 가능한 음악 중의 하나"라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노래 3곡 포함, 프랑스 스코틀랜드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불리는 훌륭한 곡들을 골라 연주했다. 20여 장이 넘는 음반에 피아니스트 작곡자 편곡자 프로듀서 등으로 참여한 그는 27살의 나이로 교수에 발탁돼 현재 프랑스 국립음대 재즈피아노과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다.
한편 그는 지난해 7월에는 국립극장 예악당에서 열린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공연'에서 국악계 거장들과 더불어 국악 가락을 피아노로 멋지게 표현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하 일문일답.
--한국노래 3곡은 어떻게 골랐고 해석했나.
▲'사노라면'은 재즈 가수 강은영과의 듀엣 공연에서 연주하곤 했다. 당시 원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음반에서는 가능하면 원곡의 멜로디를 살리고 싶었다. 밝고 긍정적인 색채감을 주려고 했다.
'철망 앞에서'는 이 곡이 가진 의미 때문에 선택했다. 이 노래를 만든 김민기 씨도 내 연주를 들었는데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해 들었다. 일종의 '성가' 분위기로 원곡을 해석하려 했다.
'아리랑'의 편곡이 가장 힘들었다. 이 곡을 다른 느낌으로 연주한 것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해석에 중점을 뒀다. 오늘 다시 연주한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연주가 될 것이다.
--음반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각 나라의 대중에게 헌정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이 음반의 수록곡을 창조했다. 또 그 동안 내가 공연했던 각 나라의 현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녹음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녹음하기 전에 피아노를 점검하다가 피아노의 중앙페달을 밟을 때 두 개의 피아노 줄을 건드리는 것을 발견해 해체한 후 조립했다. 사실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그렇게 좋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를 해체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 녹음 중 홀을 나와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홀의 문이 잠겨서 한참 동안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재즈와 각국 전통민요는 어떤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나.
▲재즈와 아시아 음악의 결합은 간단하지 않다. 중국음악을 재즈와 섞어 보려고 노력했는데 리듬, 화음, 형식 등이 달라 상당히 까다로웠다. 한국 전통음악은 그래도 재즈와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한국 전통음악의 리듬에 재즈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한글과 한국 문화는 어떤 계기로 접했나.
▲내 여자친구는 프랑스에 사는 한국 사람이다. 그 덕분에 한글을 읽을 수는 있다. 다만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한국 문화의 경우 지난해 강은영의 음반 작업을 하러 한국에 왔다가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다. 강은영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해 줬다. 재즈 가수 나윤선이 나를 전주로 초대한 적도 있다. 또 판소리도 들었는데 그런 서사적인 구조를 가진 노래들에서 감동을 받았다. 한국 타악과 사물놀이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한국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 영화가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만났다.
--한국 국악은 어떤 감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인위적인 부분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날 내가 아는 한 가장 폭넓은 표현이 가능한 음악 중의 하나다. 아주 부드럽고 조용하다가도 격렬하면서 광폭한 부분도 표현이 가능하다.
--한국 공연 때 접한 한국 관객의 느낌 및 향후 계획은.
▲한국 관객은 프랑스 관객보다 더 따뜻하고 표현을 많이 한다. 공연 후에도 아티스트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현재 듀엣 음반을 한 장 준비하고 있다. 전설적인 재즈 트럼본 연주자 앙드레 파키네와 작업한다. 그런 훌륭한 분이 나와의 작업을 원해 너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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