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日구마모토 400년만의 화해 악수>

(도쿄=연합뉴스) "400년 전의 적이 이제는 미래를 함께 하는 동지로!"

일본 남서부 규슈(九州) 지역의 구마모토(熊本)현 구마모토시와 울산광역시가 오는 24일 구마모토성(城)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열고 우정과 협력을 다짐한다.

구마모토와 울산광역시가 6개월여간의 준비를 거쳐 갖게 되는 이번 '한일 우정의 콘서트'는 두 지역이 역사적으로 고통스런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열렸던 다른 한류 행사들과는 차별화되는 의미가 있다.

400여년전 왜군이 조선을 침략했던 정유재란 당시 일본측의 선봉장이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울산 지방을 공략했던 것은 물론 퇴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구마모토로 끌고 가는 바람에 울산 지역 사람들에겐 구마모토가 '원수'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구마모토성 바로 아래에는 울산마치(蔚山町)이란 마을이 아직도 존재한다. 당시 포로로 끌려간 울산 사람들이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의 특정지역 이름을 마을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또 일본의 3대성에 속하는 구마모토성의 축조 방법도 인근 오사카성(大阪城)과 달리 오히려 울산의 서생포 왜성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성 등 당시 당시 일본에서 주로 사용한 축성 방법은 거대한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돌을 쌓은 때 돌 틈에 흙을 메워 넣고 성벽도 수직이 아니라 반달 모양과 흡사하게 곡선형으로 만들어 침입자들이 성벽을 기어 오르기 힘들게 만든 구마모토성의 축성법은 오사카성과는 다른 방식이란 것이다.

김재철(金在哲) 울산MBC 사장은 최근 행사 준비를 위해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구마모토로 끌려간 제지(製紙) 기술자나 기와, 도자기 분야의 장인들, 또 축성(築城) 기술자들 대부분이 울산 출신이었으며, 이들의 도움으로 구마모토성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현지 역사가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유적은 울산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아픔의 역사인 셈이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를 뛰어 넘을 때 양측 모두에게 더 큰 발전과 도약의 계기가 된다는 생각에 울산시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 4월에는 울산광역시 대표단이 구마모토를 찾았고 이달 초에는 고야마 세이시(幸山政史) 시장 등 구마모토시 관계자들이 울산을 답방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도 무르익게 됐다.

양측은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400여년전 아픔의 역사를 뛰어 넘어 이제 화해와 친선의 도시로 새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라며 "오히려 서로의 아픔 흔적을 보듬음으로써 지리적 연관성이 뛰어난 두 도시가 협력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구마모토시측은 "가해자인 우리가 먼저 화해를 청해야 하는데도 역사적으로 피해자 입장인 울산시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모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첫 문화교류사업으로 '한일 우정의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24일 구마모토성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는 울산시립무용단의 공연과 타악기 공연, 재일 무용가 정명자씨의 장구춤과 살풀이춤 등 한국 전통문화를 선보이게 된다.

또 한류열풍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SG 워너비, 씨야 등도 인기몰이에 나선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구마모토 축성 400주년 기념' 가을 행사의 메인 이벤트로 잡혀 있어 한국문화 홍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철 울산MBC 사장은 "그동안 한류를 내걸고 진행한 행사들은 대부분 기획사에서 주관했다"며 "방송사가 직접 나서서 행사 기획을 하며 공연 능력을 검증받게 된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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