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군악대 정기연주회를 보고
지난 16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에선 짧게 깎은 머리에 팔각모를 쓴 해병대 군악대원들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제19회 정기 연주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병대 군악대 정기 연주회라더니 메인도 메인이지만, 관객들을 위한 사이드 메뉴들도 무척 화려했다. 이은결에 이루마, 남경주까지 뜻밖에 쟁쟁한 출연진이 등장해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연주회는 금새 지나갔다.
제일 먼저 이은결 이병이 무대에 올라 오프닝 매직 콘서트를 선사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명성에 어울리는 매직쇼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수건이 지팡이로 변하고 지팡이가 수건으로 변하다가 수건이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진행될 수록 점점 열기를 더하더니 나중에는 손이랑 팔꿈치에서 불을 꺼내들면서 객석의 환호성은 높아갔다. 눈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손이 빠른 솜씨였다. 마지막까지 꽃가루를 날리며 관객들을 놀래키는 솜씨에 관객들은 짧은 공연동안 이은결의 팬이 됐다. 오프닝 쇼가 진행되는 동안 1~2층 객석은 물론 복도까지 관객들로 채워져 2천여명이 이날 공연을 지켜봤다.
이날의 메인 해병대 군악대(지휘 박흥선 준위)가 연주한 레퍼토리들은 빠른 템포의 ‘아리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메리칸 그래비티’ 등 주로 흥겨운 리듬과 강한 비트로 타악기를 사용해 박진감 넘치는 곡들로 공연 내내 관객들은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트럼펫을 연주한 양정모 하사에게도 눈길이 모아졌다. 실제 연주도 훌륭했지만, 앵콜곡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쇼맨십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으로 연주하다 코로 연주하다 마지막에 귀로 연주하는 모습에 다들 놀랐지만, 사실은 CD를 틀어놓았던 것. 지난 5월 결혼했다는 이루마 상병도 해군 홍보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루마의 ‘키스 더 레인’을 직접 듣는 동안 부드럽게 이어지는 음들이 피아노 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박혜미는 잔잔히 시작하다 하이라이트로 몰아치는 뮤지컬의 특성을 살린 곡 ‘지킬 앤 하이드’의 ‘디스 이즈 더 모먼트’, ‘섬원 라이크 유’, ‘올 모스트 파라다이스’ 등을 불렀다. 가만히 앉아 보기만 했을 뿐인데 군악대, 마술쇼, 뮤지컬, 피아니스트 등 종합선물세트를 선물받은 아이처럼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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